작가 자신이 치매이고, 기존 책에서 접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환자의 눈은 예전처럼 음식을 갈망하지도 않는다.
음식과 접시의 색깔 대조가 뚜렷해야 접시에 음식이 있는지 없는지 구별할 수 있다.
고기를 먹을 때 얼마나 오래 씹었는지 또는 얼마나 더 씹어야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결과 충분히 씹지 않은 상태에서 삼키려고 하다가 고기가 목에 걸려 캑캑대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실제로 치매 환자의 50퍼센트가 먹고 마시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삼킴 곤란)으로 추정된다.
컵과 컵받침을 머그잔으로 바꾸고, 음식이 접시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접시는 테두리가 있는 그릇으로 바꾸자.
뜨거운 음식을 제공하지 말거나 빨리 식도록 작게 잘라주자.
식사에 방해가 되는 소음과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는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하자.
사람의 후각 시스템은 누구에게나 기억과 감정이 보관된 보물창고다.
후각은 감각들 중에서 유일하게 통상적으로 감각 신호 중계기관인 시상을 통과하지 않는 감각이다.
그 대신에 중요한 기억 공간인 해마와 감정과 큰 관계가 있는 편도체로 직접 신호를 보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증 치매환자 들에게 후각을 자극 촉진제로 사용하여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치매는 매일 현실을 왜곡한다.
밖에서 난 쾅 소리 때문에 등골이 오싹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치매이 모든 증상이 그렇듯이, 감각의 변화는 질병 자체가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문제다.
패턴이 있는 커펫은 모든 문양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서 방향 감각을 와넌히 상실하게 된다.
꿈틀거리는 동물들로 뒤덮인 것처럼 보이는 카펫 위를 걸어야 할 경우 심하게 당황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치매 환자가 걸음이 불안정하여 넘어지지 않으려고 바닥을 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성향이 있다.
치매 환자의 놔가 구별하기 어려운 것은 색조와 대조다.
이 말은 카펫과 벽의 색이 같으면 걸아다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치매 환자에게 친회적인 공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흑백사진을 찍어보는 것이다.
검은 색과 흰색, 회색의 음영 대조가 분명하면 괜찮다.
치매 말기가 되면 환자는 다른 시간대로 퇴행한다고 한다.
마음이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커다란 책장에서 앞선 시간의 선반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현재의 꿈을 꾸지 않고 과거의 꿈만 꾼다.
마치 내 꿈이 내 뇌보다 먼저 희귀하여, 나중에 치매 말기가 되었을 때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현실의 창을 열어 놓은 것 같다.
어쩌면 꿈이 나를 그곳으로 돌려보내는 까닭은 그때가 내 인생에서 행복했던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누구든 사람과의 접촉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치매가 나를 바꾸었다.
불현듯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아니 적어도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라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사람들을 안고 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사람을 판단할 때 친절한지 불친절한지를 본다.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에게는 감사의 표시로 그들과 포옹하고 싶어했다.
사람들의 친절함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신체적으로 불안정할 때 우리를 이끌어주거나 의지할 손을 필요로 한다.
그 손은 누군가가 옆에 있으며, 천천히 해도 된다고, 괜찮다고 알려줌으로써 우리를 위로해줄 수도 있다.
사람들이 치매 진단을 받은 후 관계를 잘 유지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을 물어오면,
나는 대화를 계속하는 것뿐이라고 말해준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항상 엄마이고 싶다.
내 능력이 떨어졌어도 여전히 아이들에게 쓸모 있다고 느끼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나한테는 중요하다.
치매는 역할 전환 과정을 촉진시킨다. 나는 그것을 피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나는 여전히 아주 미미한 것이라도 엄마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그것이 치매를 포함하여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나의 일이며,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것을 지킬 것이다.
나는 무엇이든 아이들에게 부탁함으로써 바쁜 생활을 방해해야 한다는 것이 싫다.
어떤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은 변하는 것이며, 우리는 매일 약한 불안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나는 걱정과 두려움에 압도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했다....
딸로서 내가 할 일은 엄마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그러려면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야 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엄마의 뼈가 부러지거나 머리를 부딪치거나 하는 등의 나쁜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지를 늘 걱정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엄마를 과보호하면서 도와줬다면 엄마는 그 산책을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기쁨이 있는 한 그 일은 할 가치가 있다.....
그 방법은 엄마가 의존적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생활하도록 돕는 것이다.
내가 이 여정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제안은
한 걸음 물러서 있으면서 처음부터 환자를 도와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음을 안다면, 바로 그 일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일은 상관히지 말고 그 사람이 자아감을 유지하게 돕는 것이다.
삶이 고단했던 날, 어느 장소로 가야 하는데 집중력을 잃었던 날에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치매환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살짝 들어보면 서로 내용을 바로잡아주는 일이 거의 없다.
대신 이야기를 그냥 받아들인다. 그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바로잡으면, 당신이 재확인하는 동안 그는 말을 더듬고 머뭇거리게 될 것이고,
당연히 생각의 흐름이 흐트러지게 된다.
계속 혼자 생활하고, 해결책을 찾기로 한 결심이 매일 치매를 이겨내게 하는 원동력이다.
의사소통 수단 중에서 언어의 비율은 7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55퍼센트는 몸짓이고, 38퍼센트는 목소리 톤이다.
돌아가시려는 어머니 옆에 앉았을 때, 우리는 아무 말도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순간 어머니 손을 잡았을 때의 느낌으로 할 말은 모두 했다.
내가 어머니 곁에 있으며 마지막 순간에 당신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머니가 알기만 하면 됐다.
나는 이제는 치매가 정신질환이 아니라 신경질환이라는 사실이 받아들여지길 바라지만,
발생하는 많은 일들 때문에 그런 바람에 의혹이 생기게 된다.
치매는 사람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자체는 뇌의 잘못된 화학작용이 아니라 뇌에 생긴 질병이다.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기.
파도와 싸우려고 하면 물에 빠져 죽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파도를 타기로 했다.
시선을 장차 다가올 일에만 고정한다면, 지금 자연이 제공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면 모든 것을 낭비하는 셈이다.
즐길 수 있는 인디언 서머(늦가을에 정상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한동안 이어지는 기간)가 아직 있는데,
왜 겨울에 초점을 두는가?
참가자들은 집 근처를 산책할 수 있다는 것에서 어떻게 자유롭고 능력을 부여받은 느낌을 받았고,
그것이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을 막아주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햇다.
걷기는 분명 나에게 목적을 주면, 목적이 있으면 나의 뇌는 계속 돌아간다.
나는 이렇다 할 목적없이 걷지 않는다. 항상 주위를 둘러보며 볼 수 있는 것을 보랴고 한다.
걸으며 탐색하는 것은 사회적 접촉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이 내 뇌를 계속 활동하게 만든다.
무억보다도 치매가 가르쳐준 것은 우리 모두 '지금 당장'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는 우리에게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으며, 불안해해도 그것을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우리가 진단받기 전날이나 진단받은 다음 날이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잊었다.
배우자 관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맞서야 하는 어려움이 달라졌을 뿐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부족함을 남기는 전체적인 상황이 아니라 아주 작은 순간에도 아름다움을 보는 법을 배웠다...
행복이나 흥분은 여름에 정원에서 날아다니는 나비와 같아서 도저히 잡을 수 없다.
그러나 만족감은 손바닥 안에 쥐고 들여다보면서 볼 때마다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행복하지 않아요. 행복이라는 감정은 사라졌지만 기쁨과 만족감은 더 커졌어요.
주말 농장 같은 것을 더 즐겨요. 내 삶에도 만족하고요.
이제는 밖에 나갈 시간이 더 많아요.
전보다 더 많이 멈추고 주변에 귀를 기울이고 둘러봅니다. 나는 그게 기뻐요."
나와 많은 치구들에게 행복은 순간의 마음챙김, 현재에 대한 감사가 이써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과거는 종종 흐릿해질 수 있고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옳은 대처 전략은 없다.
우리가 역경에 대처하는 방식은 치매에 걸렸든 안 걸렸든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대처하기 힘든 일은 통제력 상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고 있다는 환상을 믿으며 정상적인 일상 업무를 하고 싶어 한다.
치매 환자가 받아들여야 하는 첫 번째 사항은
치매 환자의 뇌에 침입자가 들어와 장악했기 때문에 더 이상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단, 이것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다.
이미 여러 번 말했듯이, 치매에는 처음과 중간, 끝이 있으며, 긍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살아가며 할 일이 아주 많다.
우리의 과거는 미래의 우리를 만들기 때문에, 자신의 과거를 잊어서는 안된다.
'좋은 글들 > 책에 있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음) (0) | 2022.10.30 |
---|---|
퇴직하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이동신 지음) (0) | 2022.10.21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정재찬 지음) (0) | 2022.10.17 |
삶으로서의 일(모르텐 알베크 지음) (0) | 2022.10.08 |
조직을 민첩하고 유연하게 바꾸는 애자일 전략(대럴 릭비외 지음) (0) | 2022.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