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통해서 인생을 들여다 본다.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 모르나, 폐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생판 모르는 남들이 만나 가족을 꾸리고, '살기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섹스하고, 자식을 낳고,

늙어가고 병들며, 다가오는 죽음에 악착같이 저항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얼마나 처연하고 정하며 아름다운가.

캠핑에서 돌아간 후, 그 집의 가장은 천천히 더 늙어갈 것이고, 아이들은 자라 또 다른 가정을 꾸릴 것이며,

그들도 '먹고 사느라' 운명의 마지막 순간이 올 때마다 생의 명령에 순응할 것이다 -오민석, 잘 살 권리와 사회적 사랑 -

 

유랑                - 박성우-백일도 안 된 어린 것을 밥알처럼 떼어 처가로 보냈다.아내는 서울 금천구 은행나무골목에서 밥벌이 한다.가장인 나는 전라도 전주 경기전 뒷길에서 밥벌이 한다.

한 주일 두 주일 만에 만나 뜨겁고 진 밥알처럼 엉겨붙어 잔다.

 

성장             -이시영-

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러쥔 채 놓치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거대한 파도의 뱃속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다 엄마 손을 아듯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

엄마 강물은 색벽강에 시린 몸을 한 번 뒤채고는

오리처럼 곧 순한 머리를 돌려 반짝이는 은어들의 길을 따라 산골로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은빛 호각>(창비, 2003)

 

나이가 드니까 그렇게 맘 놓고 일러바칠 사람이 없네요.엄마가 계셨더라면 아마도 엄마는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었을 겁니다.자초지종 따지지 않고, 입바른 소리는 뒤로 돌린 채, 일단은 "아이고 내 새끼~"하며 내 눈물 콧물 당신 손으로 닦아주었을 겁니다.

 

아버지의 꼬리                      -안상학-

 

......아배의 꼬리를 본 적이 있었던가아무리 생각해도 아배의 꼬리는 떠오르지 않는데딸은 내 꼬리를 눈치챈 것만 같아서노심초사하며 오늘도 장담하고 돌아서서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꿈틀거리는 꼬리를 누른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부탁헌다...니 엄마...엄마를 말이다.딸이 참지 못하고 수화기 저편에서 어-어어어 소리내어 울었다.당신은 송아지 같은 딸의 울음소리를 수화기를 귀에 바짝 붙이고 들었다.딸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당신이 붙잡고 있는 수화기 줄을 타고 딸의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당신의 얼굴도 눈물범벅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잊어도 딸은 기억할 것이다.아내가 이 세상을 무척 사랑했다는 것을, 당신이 아내를 사랑했다는 것을.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 내 감정인가?"...예능 프로그램 자막에 주목해보십시요.어느 샌가부터 우리는 그 자막에 따라 자동적으로 그에 걸맞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보이고 있습니다.미디어가 내 감정적 반응을 미리 포장해서 넘겨주는 셈인 거죠....이처럼 남들이 만들어 놓은 감정을 느끼면서 행복감을 느끼지만, 이는 문화산업에 의해서 조작된 것,기계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탈감정'이라 부르고 있는 겁니다.이러한 탈감정 사회에서는 우리가 감정을 스스로 다스릴 수가 없기 때문에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라는 것이 사라져버립니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대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조선의 문장가 유한준이 한 이 말의 대전제에 주목해야 마땅한 것입니다.

사랑하면 질문이 생깁니다. 더 알고 싶어지니까요.

알면 보입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됩니다.

관찰은 창의를 낳고 창의는 다시 더 큰 사랑을 낳게 되는 선순환이 이어집니다.

 

우리 삶에는 끝이 있으나 앎에는 끝이 없다.

 

"나로 하여금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가짜를 만들어 놓고 자기 스스로도 그것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제일 위험한 것입니다.그걸 우리는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보릅니다.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뜻대로 꾸며낸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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