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마타병의 환자가 가해자들 공장의 '질소' 폐용액을 갖다가 회사 간부들에게 마시라고 했습니다. 그때 그들은 마시지 못했습니다.
피해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의 마음은 그런 것입니다. 여기 참다운 과학과 이론이 필요한 것입니다.
피해자의 위치에서 보면 소위 전문가, 학자들은 참다운 과학에서 멀리 있는 사람들입니다.
"인간이란 어차피 어리석은 것이니까 원자력 발전소는 언젠가는 세계 여기저기서 폭발하게 마련이다.
지구는 언젠가는 끝장나게 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신경쓴다고 될 일인가. 그보다 지금 즐겁게 사는 것이 현명한 거야"라고 하면서 노스트라다무스적인 말을 합니다.
그러한 염세적인 입장에서 경솔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서 풍하 지역에 있는 세이트 조지 주민의 증언을 조금 읽어 보겠습니다.
이 증언을 읽으면 인간은 그렇게 고생을 거듭하면서도 서로 도우며 살아갑니다.
모두 자식을 사랑하고 눈물을 머금고 생지옥 같은 이 세상을 참으면서 살아갑니다. 이것을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원전이 눈앞에서 터졌을 때 미친듯이 울부짖을 것입니다.
'지구는 어차피 끝장날 테니까'하고 가볍게 말하는 사람은 진짜 지구의 지옥같은 종말이 오면 고통받게 될 자신을 아직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그렇게 간단히 죽지 않습니다. 지구가 어느 순간 없어지는게 아니라면.
이렇게 우리는 큰 사고가 났을 때 아무 데도 도망갈 곳이 없고 그저 정부가 발표하는 안전 선언을 내심으로 의심하면서 위험한 식량을 먹게 되어 있습니다.
배가 고프면 인간은 아무거나 먹습니다. 아이들을 굶어 죽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눈 앞에 먹을 것이 있으면 그렇게 위험한 줄 알면서도 밥상에 올려 놓고 한입 먹어봅니다 .
그런데 뜻밖에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이거 괜찮은 거 아냐? 뭐야 위험하다더니 그거 모두 거짓말이었군.' 이렇게 해서 먹게 되죠.
그러나 비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며 그때는 병원에서 고통으로 발버둥치면서 죽어갑니다.
여러분은 일본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환상에 불과합니다. 나는 7년간 어느 기업에서 기술자로서 연구.개발.제조에 참여한 경험에서 이 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원자력에 직접 종사한 것이 아니라 금속 재료를 다루었습니다
과거 수 년간 세계에서 비행기 사고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나라가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일본입니다.
기술자는 오후 5시가 되면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죠. 딴 직업도 같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에게는 특별한 성직자처럼 보인다 이겁니다.
그처럼 위험한 것을 취급하니까 충분히 생각해서 행동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기술자는 입사 후 한동안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사원입니다.
학생이나 다름 없죠.
얼마 후에 연구 개발을 한다고 예산을 배정받고 연구 주제가 나옵니다.
본인은 어떻게든 각광을 받고 싶어서 조그만 욕심을 갖게 되면 주제의 의미, 즉 위험성같은 것은 모르고 돌진해서 마침내 성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제출합니다.
이 보고서는 반드시 희망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주제의 기술을 부정하는 따위는 자기 출세에 대한 자살 행위가 되는 것이니까요.
예산도 박탈당할테고, 모든 직업에서 이것이 대원칙일 것입니다.
여기 바로 위험의 본질이 즉 보이지 않는 원자로 폭주의 요인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금 모두가 의문과 불안에 싸여 있는 것은 36기의 모든 원전이 총합적인 위기 상황인데 전문가라는 사람은 일부에 대한 답변밖에 할 수 없습니다.
기술자란 결국 그런게 아닌가요.
이것은 기술자가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 자신의 경험에서 보더라도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원전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무어라고 말하느냐고요? 그들은 방사선학 종합 연구소를 키예프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우리 농장에서 일어난 이상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런 관심도 없는 모양입니다.
그들은 그저 이상이 있는 동물의 사체 중에서 몇 마리만 조사하더니 방사선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눈이 튀어 나온 돼지 새끼를 사진에 담으려고 하니까 그놈을 길로 데리고 나온 부인은 눈물이 가득한 채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내 딸아이는 그때 마침 결혼했었죠. 이제 태어나는 손자에게 어떤 일이 닥칠까요."
그러나 나에게는 그 부인을 안심시킬 수 있는 용기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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