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00페이지까지 읽으면서 얻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로 가면서 책값을 건졌다는 생각이 든다.
스파케티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 삶에 대해 맞짱뜨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 학교에서는 좋은 연설에 다음 세 가지가 필수적이라고 가르쳤다.
사람들을 감동시키든가 웃기든가, 아니면 유용한 정보를 줘라.
- 리파리섬-
거리는 아침 일곱시에서 여덟시 사이에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오후 한시가 되면 일제히 철시한다. 우체국이나 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고는 모두 점심을 먹으러 간다.
친구들과 어울려 거창한 점심에 외인을 마시며 두 시간쯤 떠들고 약간의 낮잠을 잔 다음
다섯 시쯤 되면 다시 가게로 돌아와 문을 연다.
과일가게도 인터넷카페도 마찬가지다.
그러고는 다시 저녁 여덟시나 아홉시까지 영업을 한 다음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좋은 술은 여행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
토마토를 잘게 썰어 소스팬에 넣어 약한 불로 오래 뭉근하게 끊이면 된다..
먼저 약간의 소금을 넣고 물을 끊인다. 물이 팔팔 끊으면 면을 집어 넣고 파스타 포장지에 표기된 시간 동안 삶는다...
면이 익는 동안 마늘과 양파, 오징어를 썰어둔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뒤 마늘과 양파를 볶는다...
마늘과 양파가 어느 정도 익으며 오징어를 넣어 같이 볶는다...
오징어가 맛있게 익었다 싶으면 토마토 소스를 부어 살짝 데운 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건져둔 면 위에 완성한 토마토소스를 부어 먹는다. 요리 시간은 약 십 분정도 걸린다.
값싸고 맛있는 시칠리아 와인을 곁들이면 꽤 먹을만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저격수는 멈춰있는 대상을 노린다.
껌을 질정질겅 씹으며 표적을 지켜보다 조용히 한 방.
향수 역시 머물러 있는 여행자를 노린다.
이 부드런운 목소리의 위험한 저격수를 피하기 위해 신중한 여행자는
어지럽고 분주히 움직이며 향수가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방심한 여행자가 일단 향수의 표적이 되면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농촌은 그런 곳이다. 나른한 일상 뒤에서 태연히 살육이 진행된다.
평화로워 보이는 빌라니세타의 식당에도 물음표를 닮은 세 개의 커다란 갈고리가 걸려 있다.
양을 잡은 후, 목을 꿰어 벽에 걸어놓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야 양의 몸에서 피가 잘 빠져나온다.
파리가 꼬이지 않는 추운 겨울날, 농장의 모든 식구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듯 양을 잡고
그것을 식당의 그늘진 구석에 걸어놓을 것이었다.
차를 몰아 에리체로 올라가는 것은 지귀한 경험이다.
나선형의 2차선 도로는 커브를 돌 때마다 아찔하다.
운전하는 게 아니라 작은 경비행기를 모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시각각으로 운전자의 시야에 나타나는 것은 텅 빈 허공이며 파란 하늘이다.
근처에 아무 거칠것이 없기에 땅위를 달린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커브마다 운전자는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하늘로 날아가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핸들을 꺽어야 한다. 그럼 다시 길이 보인다.
그러나 잠시 후, 커브가 다가오면 다시 허공이 눈앞에 나타나 운전자를 유혹한다.
그렇게 한참을 감아올라가면 고대도시 에리체가 모습을 나타낸다.
이 지진은 지독했다
1693년 1월 11일, 시칠리아 사람들이 한가롭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저녁 아홉시 무렵 에트나화산이 분출을 시작했다.
그 여파로 강진이 발생해 남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그리고 몰타를 강타했다.
마흔 다섯 개의 도시와 마을을 완전히 파괴했고 무려 6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트나화산의 남쪽에 있던 대도시 카타니아에서는 인구의 3분의 2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사는 게 뭔데?"
"그냥, 그냥 사는 거지. 맛있는 것 먹고 하루종일 얘기하다가 또 맛있는 거 먹고."
"그러다 자고"
"맞아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거야"
"가이드북 보니까 이탈리아에 이런 속담이 있대.
사랑은 무엇이나 가능하게 한다. 돈은 모든 것을 이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그리고 죽음이 모든 것을 끝장낸다."
전광판을 보며 나는 지난 세월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편안한 집과 익숙한 일상에서 나는 삶과 정면으로 맞짱뜨는 야성을 잊어버렸다.
의외성을 즐기고 예기치 않는 상황에 처한 자신을 내려다보며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즉각적으로 감지하는 감각도 잃어버렸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나날들에서 평화를 느끼며 자신과 세계에 집중하는 법도 망각했다.
나는 모든 것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골똘히 생각할 필요가 없었느지도 모른다...
정말 젊은 사람들은 젊은이의 옷을 입는 사람이 아니라 젊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젊게 생각한다는 것은 늙은이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늙은이들은 걱정이 많고 신중하며 어디로든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육신과 정신을 이제는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반면 젊은이들은 자신의 취향도 내세우지 않으며 낯선 곳에서 받는 새로운 감흥을 거리낌없이,
아무 거부감 없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상과 인생에 대해 더이상 호기심을 느끼지 않게 되는 과정이다.
호기심은 한편 피곤한 감정이다.
우리를 어딘가로 움직이게 하고 무엇이든 질문하게 하고 이미 알려진 것들을 의심하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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