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을 몰아내고 동물들만의 농장을 만든 동물들.
이상을 내세웠지만 결국 그들은 인간을 닮아가고 드디어 인간이 되었다.
자신들이 증요하던 세상을 다시 만들어냈다.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은 벤자민은 회의주의자인가? 아니면 겪지 않아도 결과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인간은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영국의 짐승들
영국의 짐슬들이여, 아일랜드의 짐승들이여,
온 세상, 온 땅의 짐승들이여,
들어라, 황금빛으로 빛나는
미래의 이 기쁜 소식을.
머잖아 그 날이 오리니,
잔인하고 난폭한 인간들이 멸망하고
영국의 풍요로운 들판은
오직 짐승들만이 밟고 다니리.
우리의 코 앞에서 코뚜레는 사라지고
우리의 등에서 마구는 사라지리.
재갈과 박차 따위 영원히 녹슬고
잔인한 채찍 더 이상 소리 내지 않으리.
상상 그 이상의 풍요가,
밀과 보리, 귀리와 건초,
클로버, 콩, 그리고 사탕무가
우리의 것이 되리, 그날이 오면.
영국의 들판은 밝게 빛나고
그 강물 더욱 맑아지고
그 바람 더 감미롭게 불어오리리,
우리 자유롭게 해방되는 그날이 오면.
그날 위해 우리 모두 일하리.
그날이 밝기 전에 우리가 죽더라도
암소도 말도 칠면조도
자유를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하세.
영국의 짐승들이여, 아일랜드의 짐승들이여,
온 세상, 온 땅의 짐승들이여,
들어라, 황금빛으로 빛나는
미래의 이 기쁜 소식을.
7계명
1.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다.
2.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모두 친구다.
3. 동물은 절대로 옷을 입으면 안된다.
4. 동물은 절대로 침대에서 자면 안된다.
5. 동물은 절대로 술을 마시면 안된다. --> 동물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안된다
6. 동물은 절대로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된다. -->동물은 절대로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다음 순간, 밖에서 무섭게 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놋쇠 단추가 달린 개목걸이를 한 거대한 아홉 마리의 개가 핫간으로 뛰어들어 곧장 스노볼에게 달려들었다.
스노볼은 개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간신히 밖으로 뛰어 나갔고 개들은 일제히 그 뒤를 쫒았다....
전에 나폴레옹이 어미한테서 빼앗아 남몰래 키운 바로 그 강아지들이었던 것이다.
아직 완전히 다 자란 성견이 아니었는데도 거대한 몸집에 늑대처럼 사나운 생김새는 무시무시했다.
그날 저녁 스퀄러는 다른 동물들에게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은밀히 털어놓았다.
사실은 나폴레옹이 풍차 건설에 대해 반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 풍차 건설을 주장한 것은 나폴레옹이었고 설계도를 고안한 것도 나폴레옹이었다.
스노볼이 인공부화장 바닥에 그려 놓은 설계도는 바로 나폴레옹의 서류 속에서 그가 훔쳐낸 것이었다.
정말 이상한 것은 잃어버렸던 열쇠가 밀기울 자루 밑에서 발견된 다음에도 여전히 스노볼의 소행으로 믿는 것이었다.
"농장에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눈을 크게 뜨고 있으라고 경고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스노볼의 첩자들이 우리들 사이에 숨어 있다고 생각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네 마리의 돼지들은 얼굴 가득 떨면서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그들에게 죄를 자백하라고 다그쳤다.
그들은 바로 나폴레옹이 일요일 총회를 폐지했을 때 항의한 돼지들이었다....
그들이 자백을 끝내자 즉시 개들이 그들의 목을 물어뜯어버렸다....
이렇게 자백과 학살이, 나폴레옹의 발 앞에 시체더미가 쌓이고, 존스가 추방된 이래 전례 없는 피비린내가 공기 가득 진동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가을이 되자 네 마리의 암퇘지가 거의 동시에 새끼를 낳았다. 모두 서른한 마리였다.
이 어린 돼지들은 모두 흑백 점박이였다.
농장에서 거세하지 않은 수퇘지는 나폴레옹뿐이므로 이 새끼들의 아비가 누군지 짐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나중에 벽돌과 목재더미를 구입해서 농장 주택 안마당에 교실을 짓는다는 발표가 있었다.
4월이 되었다.
동물 농장은 공화국으로 선포되었고 그래서 대통령을 뽑을 필요가 생겼다.
후보자는 나폴레옹뿐이었으며 그는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
몇 해가 흘렀다. 계절은 오고 갔고 동물들의 짧은 삶은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는 클로버, 벤자민, 모세, 그리고 수많은 돼지들 말고는 반란 전의 옛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동물은 아무도 없었다.
뮤리엘은 죽었다. 블루벨과 제시, 피처도 죽었다.
존스도 역시 다른 지방에 있는 알코올 중독자 수용소에서 죽었다. 스노볼은 잊혔다.
복서도 잊혔다.(전에 그를 알던 몇몇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농장에서 실제로 은퇴한 동물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다만 벤자민 영감만은 자신이 살아온 긴 일생을 모두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사태가 예전보다 현저하게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으며 그렇게 될 이유 또한 없다고 단언했다.
굶주림과 고통, 그리고 실망같은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삶의 법칙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 다시 비명소리가 들렸다.
동물들은 모두 전속력으로 달려 앞마당으로 뛰어 들어 갔다. 그들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돼지 한 마리가 뒷다리만으로 서서 걷고 있었다.! 그렇다. 바로 스퀄러였다.
그 큰 몸집을 두 다리로 지탱하는 것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용케도 균형을 잡고 한가롭게 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농장 주택 문에서 돼지들이 길게 행렬을 지어 나왔는데, 모두 뒷다리로 서서 걷고 있었다....
그리고 맨 나중에는 사납게 짖는 개 소리와 날카로운 수탉의 움름소리가 들리더니, 나폴레옹이 뒷다리로 똑바로 서서 오만한 시선을 좌우로 던지며
위풍당당하게 나타났고 개들이 그의 주위를 뛰어다녔다. 그는 앞발에 채찍을 들고 있었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났다. 오후가 되자 야러 대의 이륜마차가 농장 안으로 들어왔다.
인근의 농장 대표들이 동물농장을 구경하러 오라는 초대를 받고 견학 여행을 온 것이었다....
그날 저녁, 농장 주택에서는 커다란 웃음소리와 시그러운 노래 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돼지 소리와 사람 소리가 뒤섞여 요란스런 소리를 듣자 동물들은 감작스러운 호기심을 느꼈다....
기다란 식탁을 둘러싸고 여섯 명의 농장주와 여섯마리의 고위층 돼지가 마주 앉았고, 나폴레옹은 식탁 앞머리 상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돼지들은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아주 편안해 보였다....
그러나 밖에 있는 동물들은 이 고아경을 엿보는 동안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돼지들의 얼굴에서 변한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클로버의 늙고 흐릿한 눈이 이 얼굴에서 저 얼굴로 빠르게 움직였다.
턱이 다섯 겹인 얼굴, 네 겹인 얼굴, 세 겹인 얼굴들이 보였다.
그러나 그 얼굴들이 점점 녹아내리고 형체가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체 무엇때문일까?
싸움의 원인은 나폴레옹과 필킹턴 씨가 동시에 스페어드 에이스를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분개한 열두 개의 목소리가 고함을 질러댔는데 모든 목소리가 거의 똑같았다.
돼지들의 얼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이제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바깥에 있던 동물들은 돼지의 얼굴을 보다가 인간의 얼굴을 보았다.
인간의 얼굴에서 다시 돼지의 얼굴로, 그리고 또 다시 돼지의 얼굴에서 인간의 얼굴로 눈길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동물들은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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