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수준에 놀라며, 대한민국에 기여한 역할에 존경과 감사를 표할 수 밖에 없다

 

이 긴 시간에 걸친 나의 삶을 이끌어 준 근본 이념은 자유와 책임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인간 존재의 심령적 요소와 종교적 신앙관을 다소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무신론자이고 종교의 '정신적 아편성'을 인식하고 있어요...

특히 남한 사회의 역대 폭력 정권아래서 그것을 미화하고 미국의 대한민국 정책을 무조건 미화하고 합리화하면서, 이성과 지성을 상실한

광적 반공주의와 극우 집단의 폭력 체계를 옹호해온 것이 바로 월남 기독교인들이라는 현실을 늘 생각한 겁니다.

 

사상적 자폐증은 곧 자살이오. 공산주의나 반공주의나 다 자살주의임에는 변함이 없어요.

 

면학의 글

어려서 뜻을 품고 고향을 나왔으니

학문을 이루지 못하면 죽어도 돌아가지 않으리라

뼈를 묻을 곳이 어찌 선조의 묘소뿐이리오

뜻있는 이에게는 세상 어디나 청산이다

 

훈련기간 중에 인민군의 진격으로 우리 훈련소는 부산으로 밀려 내려갔어.

인간은 누구나 급해지면 교사가 강도로 돌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갖 가능성을 다 지닌 동물이더군.

지식인이라는 부류에겐, 영국 같으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전통에서 나오는 젠틀맨 다움이나 기사도 정신,

즉 어떠한 급란에 처해서도 흩어지지 않는 일정한 품위와 행동규범을 유지하는 계율 같은 것이 있잖아요?

한국 지식인에게는 그런 세련된 정신이나 의식이 없다는 사실이 그 판국에 이르니 뚜렷이 드러나더구만.

 

한 민족이 얼마나 일찌감치 세계문명에 눈을 뜨고, 몇 사람의 훌륭한 선각자적 지식인들이 민족의 장점을 글로써

세계에 알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는 실감하게 되지요.

 

38도선을 그어서 조선을 분단하자고 한 것도 미국의 제안이었어요.

오키나와에서 미처 남조선으로 진격할 여력이 없었던 미국이 급히 스탈린에게 38도선에서 미.소 양국 군대에 의한 분할 점령 통치를 제안했지.

스탈린이 그에 동의한거요.

 

그 기생의 인간적인 큼 앞에서 내가 얼마나 왜소한지를 절실히 깨달았어요.

살면서 처음으로 인간의 크기, 도덕적인 크기를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어.

참으로 나에게는 귀중하고, 어쩌면 고귀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깨달음의 기회였어요.

 

어렸을 때, 거울에 비친 하나의 영상이 각인되면 사람의 일생을 지배하기도 한다는 주장이 연상됩니다.

 

오늘보다 더 암담해질 내일을 견디어야 할 절망적 상태를 생각하면서, 스스로 삶을 마감해야 하는가 하는 그런 중압감에 시달렸어요

그때 나는 '사람은 자살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

 

같은 환경 속에서 같은 역사적 체험과 인간적 삶을 경험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개인적 반응 양식은 천차만별이라구요.

인간이란 그렇게 전쟁을 경험하고 나서 반드시 반전평화주의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두가 전쟁애호적인 무력 숭배자가 되는 것도 아니에요.

다 각기 개인의 주체적 의식의 문제라고 해야겠지.

 

무기를 가지면 생명을 경시하는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어요.

이것이 무기를 가진 자들의 위험한 심리상태에요.

사격술이라는 '기술'의 초보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누구나 예외없이 그런거요.

바로 무기를 갖는 '군대'라는 집단과 무기를 지니고 그 집단 속에 매몰되는 '군인'의 심리가 이런 것이야.

 

한마디로 말해서 이승만은 분열주의자이지 통합주의자가 아니거든....

민족의 통합보다 분열을 더 중요시 하고, 남북의 화합을 극력히 반대하고, 자기의 패권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이지요.

 

나는 언제나 '개인은 합리적이고 또 이성적일 수 있지만, 무리(집단)는 극히 비이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개체로서 사고하는 인간'과 무리 속에서 '무리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큰 차이에요...

이것은 지성인의 바람이나 욕구와는 전혀 무관하게 걸어가는 집단적 행동의 특성인 것 같아.

 

인간 집단은 실패를 거듭하는 괴로움 속에서 다음에 올 실패의 괴로움을 다소나마 감소하는 정도의 지혜를 획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 집단이 이렇게 많은 목숨과 고통과 설움을 겪고서 다음에 올 운명에 대해서 조금씩 자각할 수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피할 수 없는 인간적 한계가 아닌가 싶어

 

햇빛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닌 목적으로 사람을 대하면서 짙은 색안경을 끼는 사람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자기 눈이나 얼굴에 흉터가 있는 사람이고, 둘째 유형은 마음에 흑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뜯어보려는 사람,

그리고 셋째는 자기심중의 좌불안석인 상태와 상대방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열등의식 때문이라고, 이 세가지라고...

그러고 보면 박정희의 짙은 안경은 자기 열등의식의 표시이고, 강자 앞에 서게 된 약자의 정신적.심리적 동요를 감추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아.

 

괴테는 이렇게 말했지.

"안경을 낀 사람을 대하면 이 미지의 사나이가 무장을 한 눈초리로 내 마음속 비밀스러운 곳까지 후비고 들어오는 것을 느껴.

나는 상대방의 마음속을 알 수 없는데 상대방은 나의 마음을 구석까지 다 들여다본다고 생각하면, 아주 역겹단 말야.

이런 인간은 아무리 사귀어 보아야 그에게서 얻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잃을 것 밖에 없지.

 

그것보다 더 문제였던 것은 한국 국민의 나쁜 특성이 하나인데, 자기들을 지배하는 권력이 막강할 때에는 평신저두하다가,

정권이 국민에게 자유를 주고 약한 기색을 보이면 즉시 태도가 돌변해서 제각기 자기 주장대로 행동하는 것이오.

이 때문에 민주당 아래서 이렇다 할 개혁의 성과는 없어.

한국 민중에게 민주주의적 책임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요. 그때나 40년 지난 지금이나.

 

우리가 흔히 남베트남의 저항세력을 '베트공'이라고 부르는 '민족해방전선'군과 호지명 휘하 베트공 세력의 중추 지휘부인 민족해방전선 중앙위원회 31명은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과거에 항불.항일. 그리고 물론 현재의 항미 독립투사였어.

 

이처럼 모든 형태나 관계나 성격이나 형상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실체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인간 상호간의 생존에서 혼란을 예방할 수 있고, 또한 그 사고의 주체적인 개인의 의식과 행위에 괴리가 생기지 않는 것이에요.

 

자기 자신에게 규율을 가하고, 그 규율이 자기 삶에 의미있는 규율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것에 따름으로써 보다 승화된 삶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유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남이 준 것으로 인해 자유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오히려 자신에게 제약과 규율을 가하는 속에서 그것이 보다 의미있고

높은 정신성으로 자신을 승화한다는 진리를 터득했어요.

 

생물적 기능의 종식과 동시에 영혼이라고 불리는 속성은 종식되는 것으로 생각해.

육체의 생물학적 종식, 그 자체가 소위 '영혼적' 기능의 해소를 뜻한다고 나는 생각해.

 

이 이상한 사실, 즉 어느 시기든 종교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독선적인 신앙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 종교의 잔인성은 더했고, 상황은 악했습니다.

소위 '신앙의 시대'에는 사람들이 정말 철저히 기독교를 믿었는데도, 종교재판에서의 고문은 극에 달했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 그 사람이 기독교 신자냐 아니냐를 묻기 전에 그 사람이 도덕적이냐 아니냐를 알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도적적인 사람이라고 한다면, 기독교 신자냐 아니냐 하는 것은 물을 필요가 없다.

 

자유와 평등은 동등하고 동격의 가치를 지닌 요소이지만, 집단적인 행복 추구의 실천적인 순서로서는 '자유'가 '평등'앞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유는 '인간' 생명체의 원초적인 본성이고, 평등은 개개인의 집단적인 생존이 형성된 뒤에 생명이 요구하는 '추후적.사회적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학문 연구의 주체의식이 희박해. 큰 문제야.

자기 나름의 문제 의식이나 분석 방식 없이 남의 이론을 빌려서 자기의 권위로 이용하는 작태를 나는 멸시해요.

정치 이론도 사회 비평도 다각도로 교차검증한 다음에 일단 소화하고, 내 머릿속에서 내 것으로 만들고, 충분히 반죽해서 자신의 누룩을 가미해서 발효시켜서,

내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자기의 지식이 돼버린 것은 굳이 누구의 것이라고 할 수 없어요.

대신 뼈를 깍는 노력을 통한 철저한 '자기화'가 필요하지.

나는 수많은 논문과 평론, 심지어 신문, 잡지에 발표한 평범한 주제의 글도 다 이 정신과 방법으로 쓴 것입니다.

 

나는 20년을 사귀어야 그 사람을 웬만큼 알았다고 생각하고, 그 극한 상황 속에서 믿을 수 있는 벗이라고 할때에는 30년쯤 사귄 사람을 말해.

30년 쯤 험난한 행보를 같이해야 믿을 만한 벗으로 생각하는거야.

"먼 길을 가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긴 세월을 지내봐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누구의 호의나 힘에 의지하지 않고 그저 나 혼자 하는 것이라는 정신 자세를 은연중에 내 내면에 구축하지 않았나 그렇게도 생각합니다.

 

인간의 선천적인 본성은 이기주의이다.

 

민족이라는 것이 한 번 눈을 뜨고 궐기한 다음에는 아무리 강대한 외부세력도 그 의사를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익은 이권으로 뭉치고 좌익은 이념으로 모이지만,

동시에 우익은 이권분배의 크기로 분열하고 좌익은 이념을 지나치게 정밀화. 세력화하는 '작음'의 고질적 아집 때문에 망한다는 역사적 경험이에요.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까닭에, 그것을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소음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은 그 사람의 지적(정신적) 수준과 반비례한다  - 영국 속담 -

소리와 몸짓의 광란, 이런 것은 교양.이성.지성 측면의 결핍을 뜻한다는 말이오....

그것이 연극이건 음악이건 길가의 장사이건 학교의 행사이건, 나는 시끄러운 것은 못 견딥니다. 그래서 소란스러운 곳을 피하지요.

나는 인간 행위에서 절제를 미덕으로 여겨요. 사람들이 각기 남을 배려하면서 자신을 절제하는 곳에 아름다운 인간적 덕성.화합과 평화가 꽃피니까요.

 

족한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책에서 소개되는 책

한낮의 암흑[아서 케스틀러],    1984년[조지 오웰],                               아리랑의 노래[님 웨일스],         근대국가 이론[라스키],          

사회중의 경제학[콜],              정치경제학과 자본주의[모리스 돕],         파워 엘리트[라이트 밀스],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검은 피부 흰 가면[프란츠 파농],

세계 경제론[J.R.힉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암병동/수용소 군도[솔제니친],                           과거를 돌아보며:베트남전쟁의 비극과 교훈[맥나마라]

빈핍물어[가와카미 하지메],     해공선[고바야시 다케지],                      여공애사[호소이 와키조],          트로츠키전(소련 혁명사) 3부작[도이처]

볼셰비키 혁명[E.H.카],           영국혁명론[트로츠키],                          괴테와 에커만의 대화[노신],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새프트[페르디나트 퇴니스]

역사란 무엇인가[E.H.카],        세계를 뒤흔든 10일간[그린 존리드],        러시아 혁명사[트로츠키],          사상의 자유의 역사[J.B.베리]

법과 자유[스에카와 히로시],    사회과학의 방법[오쓰카 하사오],            진리와 권력[한스 모겐소],          월남망국사[현채 중역],       무기의 그늘[황석영]

중국의 붉은 별[에드거 스노],   태평천국혁명의 역사[오거스트 린들리],   대장정의 기록[오토 브라운],       파리 고퀸[조르주 부루제],   아Q정전[노신]

한국 민족주의 탐구[송건호],    민족경제론[박현채],                             고요한 돈 강[미하엘 쇼로호프],   현대의 신화[바로우스 던엄],

팔만대장경,                           금강경,                                               아버지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네루], 그리스도교에서의 신학과 과학의 전쟁사[앤드류 화이트]

수상록[몽테뉴],                     팡세[파스칼],                                      고백록[루소],                           레미제라블[빅토르 위고], 소크라테스와의 대화[플라톤]

괴테와의 대화[에커만],           베토벤의 전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           죄와 벌[도스토예프스키],

몽테-크리스토 백작[알렉상드로 뒤마], 희망의 기억[드골],                     역사로서의 사회주의[하루키],     고향[노신]

 

리영희 저작

역정: 나의 청년 시대, 리영희 자전적 에세이,  전환 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8억인과의 대화, 베트남 전쟁, 중국 백서, 역설의 변증, 분단을 넘어서, 분단 민족의 고뇌, 조선 반도의 새로운 밀레니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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