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마음으로 한일 양국의 관계를 들여다 본 책이다.
미래에는 큰 그림을 가지고 서로 협력하고 발전해 나가는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세습의원은 처음부터 세 개의 '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반(지역구)과 간반(지명도) 그리고 가반(자금)이다.
특히 아버지가 정부나 당에서 요직을 거친 정치인일 경우,
당선 횟수가 몇 번 되지 않더라도 장래의 리더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슈메이 풍습은 긴키지방에서 14~15세기부터 무가나 상가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고 전해진다...
슈메이는 세대가 바뀌어도 가업을 유지하면서 높은 수준의 직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장치였고,
그 가문이 획득한 사회적 신용.고객.구입처.동업자 등의 무형적 자산을 계승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포드 시스템은 컨베이어 벨트의 음직임에 맞춰 앞 공정에서 뒤 공정으로 작업이 이뤄지지만,
토요타 시스템은 뒤 공정에서 앞 공정으로 필요한 만큼의 부품을 주문하는 JIT를 기반으로 한 칸반 방식이다.
일본군의 장점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궁극의 수준까지 연마하는 것이었는데,
제로센의 첫번째 목표는 기동성이었다...
제로센이 90도로 회전하는 데는 200m면 충분했지만 미군 전투기는 그 두배인 400m가 필요했다...
결국 제로센의 기동성과 파일럿의 숙련도를 궁극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일본군이 전쟁 초기에는 승기를 잡았지만,
철저한 연구를 통해 전투하는 방식을 바꾼 덕에 미군은 상대방의 능력을 무력화시키고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일본이 패배할 수 밨에 없었던 이유는 일본군 조직의 실패이며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은 패배한 전쟁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근대화된 적군에 맞서서 무모하게 달려드는 이른바 총검 백병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소련군보다 더 강한 병력과 화력을 자랑하는 미국과의 태평양 전쟁에서도 일본군은 총검 백병전을 고집하였다.
일본군은 왜 실패한 총검 백병전을 끝까지 버리지 못했을까?...
거대한 매몰 비용에 집착했기 때문이었다.
총검 백병전을 조금 더 잘하기 위해 수십 년간 전술, 조직, 제도를 운용해 왔는데 이제 와서 전투 방식을 바꿔 버리면
지금까지 투자한 것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미 지불한 비용은 회수할 수 없는 매몰 비용이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전력 차이가 명백한 미국과 전쟁을 벌이지 않거나, 현대적인 전투 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한 새로운 투자를 했어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기업들이 그렇듯 매몰 비용에 집착하면서 일본군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에는
패배가 예정된 전쟁에 몰입하게 되었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란 그때그때 해야할 최선의 판단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매몰 비용임을 인정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모두들 눈치만 보면서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고,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작전 계획은 통과되었다....
군사적 합리성과는 상관없이 인간관계와 조직 내 융화를 중시하는 일본군 조직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일본에서는 흔히 구기, 즉 공기를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눈치없이 굴지 말고 분위기 파악을 잘 하라는 뜻이다.
어느 집단에 속하더라도 먼저 공기를 읽어야 하는 탓에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를 외치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많은 일본 경제 전문가들이 꼽는 '일본을 지탱하는 백조의 발'은 소위 말하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기업들이다.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세계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270개 제품 중 212개 제품이 소부장 기업의 제품이다.
일본 전체 기업의 99.7%, 고용의 68.8%, 부가 가치액의 52.9%를 차지하는 일본의 중소기업은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뿌리와 같다.
경제력은 세계 정상 수준이지만 국민들은 좁은 주거 공간과 높은 물가에 시달리는 점,
또 집단 지향적 교육을 받은 일본인들이 관료 독재 체제에 순응하여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 추구를 앞세우지 않는 점 등이 주된 비판의 대상이었다.
일본이 가난한 나라가 된 이유 중 하나는 돈을 비려주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돈을 빌리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대규모 양적 완화를 하면서 시중 은행으로부터 국채를 매입한 결과 아베노믹스 실시 전인 2012년에 10%에 불과하던
비중이 현재는 48%까지 늘어났다.
반대로 2012년에 45%에 이르던 시중 은행의 국채 보유 비중은 현재 15%까지 줄어들었다.
시중 은행이 보유하던 국채가 중앙은행으로 이동하고,
그 덕분에 정부는 지폐 한 장 찍지 않고도 본원 통화를 늘릴 수 있었다....
부문별 금융 자산 잔고를 보면 일본의 금융 기관이 가지고 있는 예금이 누구의 돈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예금의 주인은 바로 가계이다...
결국, 정부가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가계가 많은 저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가난할지라도 국민은 부자인 나라가 지금의 일본이다.
무역 수지 적자가 고착되는 대신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금융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으로
경상 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현재의 일본 경제는 국제 수지의 발전 단계설로 보면 당연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57년 제프리 크라우디가 제시한 국제 수지 발전 단계설은 경제의 발전 단계에 따라 국제 수지가 어떤 특정한 패턴을
그리면서 변화하는지를 다룬 이론이다.
제 1단계 '미성숙한 채무국', 제 2단계 '성숙한 채무국', 제3단계 '채무 변재국',
제4단계 '미성숙한 채권국', 제5단계 '성숙한 채권국'
일본 기업 34만개 가운데 24.4%에 해당하는 8만4000개 정도가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 빚을 내지 않고 부태보다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이 1/4이나 된다는 것은
1990년대 이후 일본 기업들이 부채를 줄이며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 짠돌이 경영을 해 왔다는 것이다.
여전히 팩스, 도장, 종이
도쿄 올림픽 응원 메시지를 팩스로 받는다는 이야기에 전 세계인들은 귀를 의심했다.
당시 뉴스에는 결재 도장을 찍기 위해 출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의 모습과 히타치 캐피털이 출시한 도장찍는
로봇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비춰지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일본은 지루한 천국, 한국은 재밌는 지옥'이라는 말을 듣고 무릎을 친 기억이 있다...
일본은 답답하고 느리지만 안정적이고 예측이 가능하다.
한국은 빠르고 역동적이지만 그만큼 불안정하고 쉽게 뒤집히는 것들이 많다...
사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과 일본만큼 안전하고, 편리하고, 깨끗한 부자 나라는 없다...
일본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카마이리'에 성공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 같다.
물론 지금은 한국의 성장을 위기로 인식하는 측면이 더 크지만
곧 있으면 믿을만한 든든한 이웃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기성세대의 머릿속에는 한일 두 선진국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해법들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
노나카 이쿠지로 <실패의 본질> <일본 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카럴 판 볼페런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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