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열 네살 소년 모모가 부모가 버린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로자 아줌마와 함께 지내던 생의 한 시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구난 젊은 시절에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으로 가득하지만 살아가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들은 모두 소수의 사람에게 얽히고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살다가 죽어간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진다고 큰 의미를 부여할 것도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일 뿐이다.
아무리 비극적인 생일지라도 거기에서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행복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인간 각자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사는 동안 겪은 모든 일에는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니까.
아줌마에겐 아무도 없는 만큼 자기 살이라도 붙어 있어야 했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
사람에게 가중 중요한 부분은 심장과 머리이며, 그것들은 아주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심장이 멎으면 사람은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고, 뇌가 풀려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사람은 더 이상 제 힘으로 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주 일찍부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자나 능력이 떨어지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게 된다.
희망이란 것에는 항상 대단한 힘이 있다.
하밀 할아버지 같은 노인들에게조차도 그것은 큰 힘이 된다.
생이 그녀를 파괴한 것이다.
나는 수차례 거울 앞에 서서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했다.
손가락을 입에 넣어 양쪽으로 입을 벌리고 잔뜩 찡그려가며 생각했다. 이런 모습일까?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연의 섭리에 따라 마지못해 찾아오는 자식들 말고는 찾아오는 사람이 점점 즐어들기 마련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양탄자를 팔러 다니던 생활을 그만둔 뒤로는 매일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다보니
백지 위에 백지만 쌓아온 셈이여서 별다른 기억이 있을 리 없었다.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노인들은 겉으로는 보잘것없이 초라해 보여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다.
그들도 여러분이나 나와 똑같이 느끼는데 자신들이 더이상 돈벌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보다 더 민감하게 고통받는다.
그런데 자연은 노인들을 공격한다. 자연은 야비한 악당이라서 그들을 야금야금 파먹어간다.
우리 인간들에게 그것이 더 가혹하게 느껴지는 것은 노인을 안락사시킬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코는 내 코보다 훨씬 더 길었다. 하지만 코는 살면서 계속 길어지는 것이니까.
나는 무슨 추억이 될 만한 것이라도 있을가 하고 그의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주머니 속엔 푸른색 골루아즈 담배 한 갑뿐이었다. 담뱃갑 속에는 아직 한 개비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의 곁에 앉아서 그것을 피웠다. 그 담배갑 속에 있었을 다른 담배들은 모두 그가 피웠을테니, 나머지 한 개비를 내가 피운다는 것이 뭔가 의미있는 일같이 여겨졌으므로.
나는 조금 울기까지 했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내게도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이.
그리고 이제 그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나를 기쁘게 했다.
'좋은 글들 > 책에 있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나쓰메 소세키 지음) (0) | 2021.05.05 |
---|---|
원칙(레이 달리오 지음) (0) | 2021.05.01 |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이세라 지음) (0) | 2021.04.25 |
종의 기원(찰스다윈 지음) (0) | 2021.04.09 |
신, 만들어진 위험(리처드 도킨스 지음) (0) | 2021.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