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듯 다르게 다가오는 매일을 잘 살아가는 것,
거기에 우리의 인생과 위대함이 숨어 있다.
다른 곳에서 소개된 이 문구를 보고 이 책을 샀다.
긴 시간을 꾸준히 살아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모두 대단한 존재이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직업 커리어. 홀로 병마와 싸웠던 말년, 평탄이나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생이지만 나는 그녀가 별로 가엾지 않다.
때로는 잘못 판단하고 실수도 하면서 살아온 긴 여정 동안 그녀는 분명 삶의 온갖 연민을 알게 됐을 테니까.
인간의 목표는 해탈이나 초월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데 있다고 말이다.
날마다 똑같은 하루를 되풀이하며 단조롭게 사는 것이 마치 어떤 패배나 실패의 증거라도 되는 듯,
본능적으로 그런 삶과 거리를 두고자 했다.
이제 나는 날마다 똑같은 하루는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반복해서 살아가는 행위에는 위대함마저 깃들어 있음을 안다.
매일 하던 일도 어떤 날은 수월하고 어떤 날은 어렵다.
어떤 날은 천직처럼 느껴지다가 다시 어느 시기가 되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어진다.
그 무수한 감정과 상황의 변화를 겪으면서 사람은 조금씩 성숙해진다.
결국 한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힘은 대단하고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일상을 꾸준하게 살아내는 반복 학습에서 나온다.
한 사람이 지닌 성숙의 정도를 가름하는 건 나와 다른 존재를 맞닥뜨렸을 때 어느 정도로 유연하게 울타리를 뛰어 넘어 사고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목표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른 갈망이 생긴다.
대상만 다를 뿐이지 어쩌면 우리는 계속 간절한 상태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살기 싫다.
삼십대 중반이 되고 나니 마음 편한 게 최고라는 어른들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는 걸 실감한다.
인생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나니,
남은 날들을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꿈꾸는 삶보다 중요한 건 내 꿈에 내가 갇혀 질식하지 않는 일이다.
꿈이 나보다 더 커지고 중요해지지 않도록 살피는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민이 되는 건 생각보다 순식간이다.
자존심은 밥도 돈도 될 수 없지만 때로는 밥과 돈보다 더 소중한 온몸을 던져 지켜내야 하는 어떤 것이 된다.
존엄을 갖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동시에 타인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둘 모두가 우리에게는 똑같이 중요하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삶을 이어간다.
'두려워하지 않고'가 아니라 '두려워하면서도' 나아간다.
그렇게 끝까지, 끝을 볼 때까지 가보는 것이다.
"사는 것이 만족스러운 사람은 굳이 삶을 탐구하지 않을 것이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아무리 누군가를 사랑해도 결국 우리가 살게 되는 건 자신의 인생이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몫이, 삶이 있다는 걸 고르키는 슬픔을 통해 배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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