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노년기에 맞이하는 모든 상황을 정리한 책으로, 지금까지 읽어 온 책 중에서 체계적으로 가장 잘 정리가 된 책이다.
단지 지은이가 독일 출신이여서 세계1,2차 대전을 지나온 사회적 배경이 등장하는 점이 아쉽다.
나머지 전체 내용은 우리 나라와 독일 구분없이 노년기를 맞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사항들을 다루고 있다.
특정한 해에 태어난 인구의 정확히 50퍼센트가 죽고 50퍼센트가 아직 살아 있게 되는 나이가 바로 평균 기대수명이다.
전체적으로 볼때 우리에게는 60세 이후 10~15년간 지금가지의 의무나 강제에서 벗어나 우리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만족스럽게 살 수 있는 큰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 선배들에겐 주어지지 않았던 멋진 기회다.
늙는 건 저절로 되지만 행복하게 나이드는 것은 배워야 하는 일임을 명심하라.
계단
헤르만 헤세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이 모든 과정과 지혜와 미덕도
제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진 않으리
생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슬퍼하지 않고 용기 있게 새로운 문으로 들어갈수 있도록
이별과 새 출발을 준비해야 하리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네
우리는 힘차게 공간들을 하나씩 통과해야 하리
그 어느 곳에도 고향처럼 집착해서는 안 되리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이며 화장시키려 하네
어느 한곳에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안주하면 긴장이 풀리기 쉬우니,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자만이
익숙함의 마비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젊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그치지 않으리라
자, 이제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해라!.
자식들을 다 키우고 부부만 남아둘이 살아가야 하는 시기가 늘어났다는 것은 부부가 자녀가 독립한 뒤 늙어가는 세월 동안 둘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살아가는 동안 더불어 삶, 친밀감, 믿음, 위로, 교류, 지지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인간관계를 필요로 한다.
늙어가는 마당에 외롭기까지 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인간관계의 수는 늙어가면서 빠르고 지속적으로 변한다.
우선 은퇴와 동시에 직업적인 관계들이 사라진다. 직업상 동료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은퇴하고, 후배들은 한창 일을 하느라 정신없다.
그래서 선배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은 있는지 몰라도 할애할 시간은 없다. 때로 그들은 선배들이 얼른 떠나서 자리를 비워주기를 기다린다.
거의 독점적으로 직업상의 관계만을 유지하고 개인적, 사회적 만남을 등한시했던 남자들은 노년에 점점 더 외로워진다.
반면 아내들은 변함없이 개인적, 가족적, 사회적 관계로 말미암아 바쁘다.
늙은 부모를 돌보아야 한다면 틈틈이 사회적인 만남을 가지며, 직업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경우라면 그들의 인간관계는 아직 다양하다.
부모와 자녀라는 관계는 대화를 어렵게 한다. 부모는 종종 그들이 자녀들보다 인생 경험이 많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모든 것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자녀들을 가르치려 든다. 과거를 들먹이며, 자녀들의 생각과 충고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존심 때문에 자신들의 견해가 옳다고 확신하다. "너도 한번 늙어봐, 생각이 달라질걸!" 그렇다면 자식들은 또 그렇게 호락호락 가르침을 받고자 할까?
모든 사람은 자신이 나이가 든 다음에야 비로소 아버지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것, 또는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에 대면하게 된다.
장례식에 갈 일이 점점 많아지게 되면, 나 자신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세상을 떠날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질문은 부부에게도, 그리고 그 부부의 자녀에게도 필요하다.
죽음은 또한 가족의 틀을 새롭게 짠다. 형제 중 맏이는 이제 상징적으로 모든 의무와 권리를 가진 가족의 우두머리가 된다.
모든 형제가 이런 새로운 기회를 의식하고 관계개선에 얼마나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
이제 장례나 기념일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만나고 일부러 행사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 형제 관계에 중요해진다.
동년배와의 관계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줄어들다가 결국 질병이나 죽음으로 끝나게 된다.
늙어 가면서 증가하는 신체적 제역과 장애로 인해 여행하고, 만나고, 뭔가를 같이할 기회가 자꾸 감소한다.
나이 든 사람들 중 다수는 다시 한 번 다른 장소로 이사한다. 그래서 여든이 넘은 노인들은 친구나 친척들이 자꾸 줄어간다고 탄식하는 경우가 많다.
충주호 옥순대교
'좋은 글들 > 책에 있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지음) (0) | 2012.09.09 |
---|---|
일보신권(시니어 신무협 장편소설) (0) | 2012.09.02 |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코너 우드먼 지음) (0) | 2012.08.26 |
일생에 한권 책을 써라(양병무 지음) (0) | 2012.08.13 |
숲에서 온 편지(김동규 지음) (0) | 2012.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