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모든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자기가 일상에서 느껴온 것들을 찾고 싶어 한다.

작가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기가 느껴온 것 말이다.

문학의 신비로운 힘은 여기서 나온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된다.

만 명이 읽으면 만 개의 작품이 되고, 백 만명 혹은 그 이상이 읽는다면 백만 개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된다.

 

이 작품의 원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이 넘치는 말이다.

그 힘은 절규나 공격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인내, 즉 생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과 현실이 우리에게 준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내는 데서 나온다.

 

<<인생>>이라는 작품은 개인과 운명의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가장 감동적인 우정이다. 왜냐하면 그 둘이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서로 증오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그의 운명은 서로 상대방을 포기할 방법이 없고, 서로 원망할 이우도 없다.

그들은 살아가는 동안은 읅먼지 풀풀 날리는 길을 함께 가고, 죽을 때는 빗물과 진흙 속으로 함께 녹아든다.

아울러 <<인생>>은 사람이 어떻에 엄청난 고난을 견뎌내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중국 속담에 '머리카락 하나에 십만 근을 달아도 끊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나는 <<인생>>이 눈물의 넓고 풍부한 의미와 절망이라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는다.

 

진정한 작가는 언제까지나 마음을 향해 글을 쓴다.

마음의 소리만이 그의 이기심과 고상함이 얼마나 두드러지는지를 그에게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다.

마음의 소리는 작가가 진실로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자신을 이해한다면, 곧 세계를 이해한 것이다.

 

작가는 아침 저녁으로 대하는 현실을 표현해야 한다.

그는 종종 그 일이 정말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긴다.

무섭게 달려드는 진실은 대개 추악하고 음험한 것을 하소연해오기 때문이다.

왜 이상한 것은 죄다 여기에 있는지.

추악한 사물이란 사물은 다 내 옆에 있고, 아름다운 것은 머나먼 바다 끝에서 가물거리는지.

다시 말해서 인간의 우애와 동정심은 늘 정서의 형태로 다가오지만, 그와 상반되는 사실들은 오히려 손만 뻗으면 바로 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시인이 말한 것처럼"인류는 지나치게 많은 지실은 감당해낼 수 없다."

 

나는 줄곧 현실을 적대적인 태도로 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속의 분노가 점차 사라지자, 나는 진정한 작가가 찾으려는 것은 진리, 즉 도덕적인 판단을 배격하는 진리라는 걸 깨달았다.

작가의 사명은 발설이나 고발 혹은 폭로가 아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고상함을 보여줘야 한다.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뒤에 오는 초연함, 선과 악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동정의 눈으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이 소설에서 나는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 관해 썼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우리 쉬씨 집안 조상들은 병아리 한 마리를 키웠을 뿐인데 그 병아리가 자라서 닭이 되었고, 닭이 자라서 거위가 되었고,

거위가 자라서 양이 되었고, 양이 다시 소가 되었단다. 우리 쉬씨 집안은 그렇게 발전해왔지."

아버지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스쳐갔다네. 아버지는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다시 말을 이으셨어.

"내 손에서 쉬씨 집안의 소는 양으로 변했고, 양은 또 거위로 변했다.

네 대에 이르러서는 거위가 닭이 되었다가, 이제 닭도 없어졌구나."

 

"나도 생각지 못했네. 예전에는 가장 두려운 일이 우리 내외가 죽으면 평샤는 어떻게 하나 하는 거였는데, 자네가 평샤를 데려간 뒤로는 우리가 마음을 놓았다네.

거기에 아이까지 생겼다니 더 좋은 일이지.

평샤도 이제 죽은 뒤에 거두어줄 사람이 생겼으니 말일세."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

푸구이 : 주인공으로 지주 아들이였으나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자기가 소유했던 땅의 소작인으로 살아간다.

            모든 식구들이 죽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자전 : 푸구이의 아내로 성안 부유한 상인의 딸로 태어났으나 결혼 후 평사(딸)와 유칭(아들)을 두었으며 구루병에 걸려 거동이 힘들어지고

         평사와 유칭이 죽은 후 세상을 떠난다.

평샤 : 어릴적에 열이 오른 후 말을 못하게 되었고, 커서 머리가 기울어진 얼시와 결혼하였으나 아들 쿠건을 낳다가 사망함

유칭 : 학교 다니던 중 헌혈을 하러 병원에 갔다가 피를 너무 뽑아서 죽게 됨

얼시 : 평샤가 죽은 후, 사고로 사망

쿠건 : 얼시가 사망한 후 푸구이와 같이 살다가 콩을 많이 먹어 체해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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