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실패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어떻게 앎을 터득하게 되는지 그 구조를 파악하고, 이해의 매커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창조하거나 실패를 다루는 데도 유용하다.

 

저자가 말하는 템플릿은 '본뜬 자'와 같은 것이다. 곧 이미 머릿속에 갖추어져 있는 본뜬 자와 새로 접하는 현상을 서로 비교하면서 일치하면 안다, 그렇지 않으면 모른다고 받아들이는 인식 방법 중의 하나다.

 

자신이 직면한 사실과 현상이 두뇌 템플릿과 일치하는 순간, 그 이해의 정도에 따라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요소의 일치'와 '구조의 일치', 그리고 '새로운 템플릿 구축'이 그것이다.

 

보통 눈앞의 사물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나 구조의 템플릿이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지않으면 뇌는 요소나 구조의 일치로 이해하지 못한다.

생소한 사물을 처음 접할 때 이런 상황에 처하는데, 눈앞의 사물과 일치하는 두되 템플릿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른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후 자신이 모른다고 인정한 사물에 흥미를 갖거나 반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불만을 느낀 사람은 모르는 사물을 알려고 검토하기 시작한다. 이때 기존에 자신의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던 요소와 구조를 활용해 새로운 템플릿을 만드는데, 바로 이것이 세번째 유형인 '새로운 템플릿 구축'이다. 요컨대 자신이 직접 만든 새로운 템플릿을 통해 모르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 두뇌 템플릿을 만드는 과정도 수초화 현상과 매우 흡사하다.

어떤 사물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는 사람의 뇌에는 뇌신경의 수초화 현상으로 인해 사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회로가 만들어진다.

 

인간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는 성실한 노력파일수록 더 그러하다. 이처럼 사고 정지 상태에서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그냥 외우자'고 강요하면 이미 알고 있던 사실도

점점 모르게 된다.

 

예전에는 정보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을 생략하고 중요한 뼈대만 뽑아서 '이것이 진리다'라고 전했고, 또 그 방식은 매우 효율적이고 옳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 전달 방식을 오늘날의 학교 수업과 교과서가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면 어떨까?

하지만 지식의 생략과 압축화에는 심각한 함정이 있다. 곁가지를 생략하고 간력하게 단순화시키는 만큼 처음 접하는 지식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새 템플릿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논리 전개에 따라 A,B,C,D 순으로 차례대로 하나씩 생각하는 사고법을 '순차 사고'라고 한다면 A에서 D까지 한 번에 생각해내는 사고법을 '비약 사고'라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직관으로 안다는 것은 비약 사고를 의미한다. 직관으로 꿰꿇는 사람은 A를 본 순간, 망설임 없이 D3까지 달려간다. 말 그대로 비약 비상한다. 게다가 지름길로 쏜살같이 달려가면서도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

 

경험의 횟수가 많다는 사실과 제대로 안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단순히 '한 적이 있다!' 혹은 '보았다!'는 정도가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덧붙이자면 자신의 단순 경험을 떠벌리는 사람을 나는 시쳇말로 '짝퉁 베테랑'이라고 부른다.

 

직감을 사용해도 사고의 바로가기는 가능하지만 직감으로 도출한 대답에는 논리적 근거가 없다.

이처럼 직감이란, 대상의 요소와 구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결정을 내리는 사고법인데, 바로 이 점이 직관과 직감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감과 직감은 비슷하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이라는 판단기준이 존재하는 직감에 비해, 감은 과거의 판단 기준이 없다.

이 점이 바로 직감과 감의 뚜렷한 차이점이다.

 

결국 좁은 세계에서만 통하는 진실을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만고의 진리로 믿는 것이

형식 논리의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두자.

 

형식 논리에서 비롯된 조잡한 논리 전개는 본인의 공부 부족이나 단순 실수뿐 아니라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거나 속이기 위해서 일부러 형식 논리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장면에서 접할 수 있다.

 

또 '궤변의 논리'도 이와 유사하다.

(가)라는 조건에서 'A->B"가 성립하는 현상이 있을 때, 조건이 (가)에서 (나)로 바뀐다면 'A->C'는 성립하지만 'A->B'는 성립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 조건이 (나)로 엄연히 바뀌었는데도, 조건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A->B'가 성립한다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덤벼든다. 달리 말한다면 궤변의 논리는 조건을 몰래 바꿔치기 해서 설득을 꾀하는 거짓 행위다.

 

직관 사고는 늘 의식하면서 훈련을 쌓아야 하는 사고법이자 마음가짐이다.

평소 자신의 행동이나 주위에 있는 사물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숫자로 파악하는 정량화 훈련이 직관 사고의 도움이 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꾀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노력하는 사람만이 뭔가 다른 것을 보았을 때 바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해당 문제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각 부분이 어떤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따져보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정리나 공식, 해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새롭게 가공한 템플릿과 해당 문제를 서로 비교 대보하는 마지막 '짝짓기 작업'을 거치는 것이다.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혼자 힘으로 과제를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도 그럴것이 기획할 때, 제품을 만들 때, 또는 뭔가 새로운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를 자문하는 일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간혹 최고 경영자로 취임하자마자 대담무쌍한 개혁을 단행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사람이 있다.

실은 이런 경영자는 말단 직원 때부터 과제 설정의 훈련을 통해 자신이 최고직에 오르면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구상을 가슴에 늘 품고 있던 사람이다.

 

평소 자신이 지금 맡고 있는 업무의 과제는 무엇인지, 스스로 의식하면서 과제를 설정하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제 설정을 의식하면서 행동하는 동안 분명히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구조가 조금씩 보이게 될 것이다. 구조를 파악하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반대로 무엇을 모르는지 제대로 알게 된다. 진정한 이해와 참된 창조는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는 진실을 잊지 말자.

 

어떤 사실과 현상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못했는지를 파악하려면, 같은 내용을 남에게 설명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수첩은 내 활동의 근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창조란 하루하루의 활동에서 탄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사상을 만나고 어떤 생각을 했는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룰 때 무엇을 생각했는가?

모든 창조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활동 가운데 찬란하게 꽃핀다.

그러기에 창조의 씨앗인 오늘의 활동을 수첩에 정성스럽게 기록하는 것이다.

훗날 선명하게 재현할 수 있게 창조의 씨앗을 기억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기존의 성공 방정식도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새로운 성공 방정식도 보이지 않는, 암중모색의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이 난문의 답을 찾는데 앎을 적극적으로 동원하기로 했다.

이는 성공 해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안부하는 삶에서 탈피해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삶, 곧 창조이다.

이때 창조의 뿌리가 바로 앎이다. 마찬가지로 실패의 뿌리에도 앎이 똬리를 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사고와 실패가 여러 분야에서 횡행하고 있다.

 

만약 "나는 학창 시절, 내 머리로 생각해나가는 소중함을 배웠다"고 말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은사를 만난 행운아가 분명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가 매우 복잡한 세계이기 때문에 진정한 앎이 필요하다.

앎을 이해하는 것은 모든 해법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스스로 고민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아는 것이 그냥 힘이라면

제대로 아는 것은 창조로 이어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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