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의 작가 제임스 베리는 형의 죽음을 계기로 영원한 아이 피터팬을 창조했다.
베리가 여섯 살때 어머니가 가장 아끼던 둘째 형 데이비드가 스케이트 사고로 죽었다.
슬픔에 깊이 빠진 어머니는 나머지 자식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형의 죽음은 베리에게 형뿐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마저 빼앗아 간 것이다......
이런 이중 상실을 겪으며 베리는 다시는 버림받기 싫어서 스스로 어른이 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는 대신 영원히 자라지 않는 어린아이로 남아 무능한 어른을 물리치고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죽지 않는 존재가 되길 원했다.
그래서 <피터팬>의 주인공, 피터팬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피터팬은 베리의 꿈이었던 것이다.
성인이 되어도 어른들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런 어른아이의 현상에 대해
미국의 심리학자 카일리 박사는 "피터 팬 신드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너무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빨리 철들어 혼자 모든 일을 알아서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유아화와 거리가 멀다.
반면 사회가 부유해질수록 구성원들의 유아화 정도는 심해진다.
사회 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국가에서 국민들의 삶을 더 많이 책임질수록
사람들은 성숙해질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귀여운 피터 팬이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착한 신데렐라처럼 다른 사람에게
더 귀엽고 어리게 보이며 호감을 주는 것이 생존전략이 되는 것이다.
하루는 친구가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롱펠로우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보게 친구!. 오랫만이군. 그런데 자네는 여전히 젊군. 자네가 이렇게 젊은 비결은 뭔가?"
이 말을 들은 롱펠로우는 정원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나무를 보게나!. 이제는 늙은 나무지. 그러나 저렇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네.
그것이 가능한건 저래뵈도 저 나무가 날마다 조금이라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야.
나도 마찬가지라네. 나이가 들었어도 하루하루 성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네!"
인간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살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죽기 위해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과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생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태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온전히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다.
심할 경우 먹고 씻고 배설하는 것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다시 한번 갓난아기 때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삶을 시작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삶을 마감하도록 운명지워진 게
바로 우리 인간이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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