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전체에서 엘리트주의에 물든 학자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보다 100년 이상의 경험을 축적한 지식인의 눈으로 보면 르 봉은 전형적인 차별주의자다."
번역자가 붙인 말이다.
내가 보기엔 르 봉은 군중의 부정적인 부분만 드러내서 글을 쓰고,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제외한 듯하다.
부패한 권력과 왕국은 타국의 침략에 의해서 망하기도 하지만, 민중의 봉기로 전복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동양에서는 백성 혹은 민중의 뜻을 하늘의 뜻으로 해석하고 왕들의 통치에서 제일 주의할 항목으로 뽑는다.
군중 속의 개인은 바람결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무수한 모래알과 같다.
이성과 벌이는 싸움에서 감정이 완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종교적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예술 작품과 기념물 모두를 발물관과 도서관에서 끄집어내 파괴하고 과장에 내던진다면
인간이 위대한 꿈이 이루어낸 흔적 중에서 무엇이 남을까?
신과 영우, 더 나아가 시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에게 조금이나마 희망과 환상을 주기 위해서다.
희망도 없고 환상도 없다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는 대담하게도 행복을 약속하기 때문에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다.
바로 여기에 사회주의의 주된 힘이 있다.
군중은 예로부터 진실을 갈망한 적이 없다.
군중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오류가 마음에 들면 그것을 신격화한다.
군중의 마음에 환상을 심을 줄 아는 사람은 쉽게 그들이 지배자가 되지만,
군중을 환상에서 깨어나게 하는 사람은 언제나 그들의 제물이 된다.
경험은 군중의 정신에 진실을 확고히 심어주고, 지나치게 위험해진 환상을 걷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런 효과를 거두려면 많은 사람이 같은 일을 경험해야 하고, 그런 일이 자주 반복되어야 한다.
한 세대가 겪은 경험은 일반적으로 다음 세대에 쓸모가 없다.
군중의 지도자는 대부분 사상가가 아니라 행동가다.
매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없고, 앞으로 갖출 가능성도 무척 낮다.
혜안은 대부분 의심과 신중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많은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신념이다.
복음서가 믿음에 산을 옮길만한 힘이 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에게 믿음을 부여하면 그의 힘이 열 배는 더 커진다.
결국 세계를 이끌고 가는 것은 인간의 지성이다.
그러나 지성은 너무 멀리서부터 세계를 끌고 간다.
사상을 만들어낸 철학자가 흙으로 돌아가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그 사상이 내가 방금 설명했던 장구한 과정을 거쳐 승리를 거두게 된다는 뜻이다.
신념과 관습은 우리 삶의 지극히 사소한 행동까지 지배하기 때문에
독립심이 강한 사람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생각을 못한다.
우리 정신에 무의식적으로 발휘되는 지배력이야말로 진정한 폭정이다.
1895년에는 대표작인 <군중 심리>를 출간했다.
이책은 출간된 지 1년 만에 19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큰 주목을 받았으며
오늘날에도 사회심리학의 선구자 역할을 한 저술로 평가받고 있다.
드골, 루스벨트, 처칠 등 세계를 이끈 정치인들도 <군중 심리>에서 르 봉이 제시한 원리를 통치에 적극 활용했다.
한편 히틀러나 무솔리니 등 파시스트들이 개중을 선동하는 일에 그의 의론을 악용하기도 했다.
레닌과 스탈린, 마오쩌둥까지 그의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분석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개인이 모여 군중이 되면 개인으로 존재하는 때처럼 이성적으로 추론하지 못한다."
대중이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라면 군중은 '활동하는 대중'이다.
르 봉에게 군중이란 문명의 계단에서 몇 단계 아래로 내려간 '야만인'이며 오직 파괴하는 힘밖에 없는 존재다.
수백 명이 한 공간에 있더라도 각자가 다른 목적을 띤다면 그들은 집합체에 불과하지만,
소수라도 '특정한 상황에서' 군중을 형성할 수 있다.
누군가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언론을 통해 악의적인 확언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확언이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의견이 일치되어 여론이 형성되면 전염이란 매커니즘이 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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