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시대에 어울리지 않을 듯한 김부장,
만년 과장 고과 챙겨주기, 회식 메뉴 자리 마음대로 정하기 등등,
임원들 골프장 예약, 기사 역할, 그러다가 지방 공장으로 발령 난 후 퇴직한다.
상가 분양 받았는데 입주가 안되어 자기 방에서 사업하던 아들에게 넘겨주고,
아내는 공인중개사 자격을 따서 부동산업을 시작하고,
본인은 큰형님 정비소에 취직하고, 한 구석에서 세차업을 시작한다.
2편은 정대리와 권사원 이야기다.
남들에게 있어 보이는 데 집착하는 정대리는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같이 보드를 타다가 다쳐서 둘 다 입원한다.
자신의 비교 대상이였던 버버리맨이 자살하고, 와이프는 싸우고 집을 나간다.
송과장의 충고를 생각해 보고, 자신의 주변을 정리해 나간다.
권사원의 남자친구는 씀씀이도 그렇고 게임에 집중하며, 회사에서도 게임을 한다고 한다.
같이 살 아파트를 사는 것에 계속 부딪치다가 결국 헤어진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공부를 더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퇴사하여 대학원이 진학한다.
3편은 송과장 이야기.
편의점 알바 며칠만에 잘린 송과장은 자존감이 극도로 하락하고 우울하여 자살을 계획한가.
유서를 책상 안쪽에 넣어두고 아빠 차를 몰고 고속으로 몰다가 급정거하여 차와 부딪치는 사고가 난다.
경찰은 사고 경위가 이상하다며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고 아버지는 아들 방을 뒤져 유서를 발견한다.
그렇게 정신과 이사를 찾아가고, 어릴적 배우다 그만둔 피아노를 들여 놓고 다시 배우게 된다.
피아노 실력이 늘어서 재즈바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게된다.
회사에 들어가고 정신과 의사가 아는 여자분이 재즈바에 오게되어 연결되어 결혼도 한다.
그는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산다. 그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부동산에도 관심이 있어서 결혼 전부터 발로 뛰며 정보를 얻고 매매를 한다.
삶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다.
각자가 할 수 있는 환경도 다르고 최선도 다르다. 하지만 그것만이 후회없이 자신을 당당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권위의식, 자존심 다 내려놓고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달라고 했어.
알고 있던 것도 확신이 없으면 찾아가서 가르쳐달라고 했고,
그러니까 신기하게 다들 열심히 알려주더라고, 자기들이 공부해서라도 도와주려고 해.
본인들이 공부하고 가르치기까지 하면 그 지식은 완전히 자기 게 되는 거잖아.
그런데 둘 다 아니더라. 나는 학교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기다리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좋은 엄마가 될 기회를 날려버린 것에 대한 억울함이랄까, 그게 제일 크더라고.
결국 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엄마', '아들과 아이스크림 먹으며 같이 하교하는 최고의 엄마'가 되길 원한 나를 위한 거였어.
"그렇게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문득, 나에게 시간적 자유를 준 당신이 고맙더라.
당신은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을 텐데 나는 여유롭게 책 읽고 있고.......
나도 내가하는 일에 의미를 찾고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정대리와 송과장의 대화를 들으며 권사원은 생각한다.
권사원도 한때는 인스타와 페이스북을 열심히 했다.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면 부럽다.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계속 보다 보면 어느덧 아는 사람이 된다. 나만 아는 사람.
그들은 나를 모른다. 현실에서 본 적이 없는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잘 난 사람들이니 나보다 잘나가도 아무런 감정이 없다.
그런데 전부터 알던 친구들이 잘나가는 모습을 보면 가끔 자괴감이 든다.
나는 그대로인데 친구들은 앞서가는 듯 보이니 나는 상대적으로 불행해 보인다.
그들의 행복은 곧 나의 불행이다.....
그저 상대적일 뿐인데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런 감정이 어느 때부터인가 힘들어져 권 사원은 SNS 보는 것을 접었다.
"그게 과연 행복일까 쾌락일까?"
"인스타에 멋진 사진을 올리고 나면 행복해?"
"행복은 잘 모르겠고, 기분이 좋아요."
"그게 쾌락이야."
"음, 그런가요?"
"쾌락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현재의 쾌락 때문에 정대리의 목표인 트라마제와 콤보세트가 멀어지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
"요즘에 카푸어니 욜로니 하면서 돈 막 쓰고 자랑하는 사람들 보면 마치 궁지에 몰린 생쥐가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
정대리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인생은 한 번 뿐이잖아요. 화끈하게 살아야죠."
"인생은 한 번뿐이라고? 잘 들어 정대리. 죽는 순간이 단 한 번뿐이지 우리 인생은 매일매일이야."
송과장이 말을 이어간다.
"가장 예쁜 인테리어가 뭔 줄 알아?"
"우드 앤 화이트? 아니면 대리석 아닙니까?"
"아니, 아무것도 없는 거야. 인테리어 업체가 올린 사진들 보면 다 예뻐 보이지.
물론 디자인을 잘 한것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런거야.
아무리 고급 자재로 인테리어 해봤자 가득 들어 있으면 그 인테리어가 보일까? 가려거 아무것도 안 보이지."
"그렇죠."
"내 말은 행복은 물건이나 물리적인 것으로 채우는 데에서 찾지 말라는거야. 그런 건 아무리 채워봐야 계속 부족해."
돈이 인생의 대부분을 일만 하다가 끝나게 만든다.
돈 때문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한다.
돈 때문에 배가 고파야 한다.
돈 때문에 추위에 떨어야 한다.
그 돈으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싶었다.
머리 나쁘고, 센스 없는 내가 잘 하는 것은 노력, 노력, 노력뿐이다.
남들만큼 하려면 두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아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나같이 저공 비행하는 인간이 정직, 신뢰, 윤리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나는 그냥 추락하는 비행기에 탄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나에게 마지노선과 같은 것이다.
내 질투, 이기심, 욕망이 결국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 것 같다.
이런 욕망을 남을 해하는 데 쓰지 않고 나의 발전을 위해,
내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온전히 돌릴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하게 안다.
재즈바 사장님은 나에게 봉투를 주신다. 마지막 월급이다.
"좀 더 넣었어. 제수씨하고 맛있는 거 사 먹어. 고마웠다.
그리고 너 처음 봤을 때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어.
돈 벌기 위해 온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키보드 치는 사람 같았는데 많이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어떤 집단에 '회원 가입'을 해야만 소속이 되는 게 아니다.
내가 마음 속에 동그라미를 그려 그룹을 만들고, 각 분야의 사람들 이름을 채워 넣으면 그게 소속이 된다.
결국 소속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재정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여유가 합쳐져야 해. 그게 진짜 경제적 자유라고 봐.
햇살 좋은 날에 차 한잔 하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 돈 걱정없이 가족과 보내는 행복한 일상,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중하 추억, 그런 게 진정한 경제적 가유가 아닐까싶어.
현명한 사람은 무겁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볍다.
송과장님 말씀은 재능이란 게 특별히 뛰어난 게 아니라 꾸준함이라는 거네요.
일찍 일어나서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고 그 압박감으로 생활 패턴이 유지되고 있거든...
결국 시간이 많은 게 자유로운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쓸 수 있어야 자유로운 거더라고.
"인생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주도권이 나에게 있어야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어.
나를 통제할 줄 안다는 것은 칼자루가 내 손에 있다는 뜻이지.
그런데 사람들은 칼날을 잡고 있으면서 칼자루를 잡고 있다고 착각을 해.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하고 세상과 주변 환경에 이리저리 휩쓸린다면
그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
"그 향기는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나고 있는데 그걸 몰라.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모르고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해.
타인에게서 찾으려고 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거나 미래에서 찾으려고 하거든.
현재의 자기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잖아.
그런 면에서 보면 당신은 스스로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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