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만 살고 죽기로 작정하고 살아간 글.

그게 최후의 만찬을 위한 길이라도 목표와 여정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당신은 삶의 희망과 미래를 발견하게 된다.

막다른 골목이라 생각될 때 길은 새로 열린다.

인생은 결국 살아보기 전에는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세상은 널 돌봐줄 의무가 없다. 그리고 너에겐 어떤 일이든 생길 수 있다."


아무래도 인생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격정적인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서른 살이 되는 날 이 세상을 떠날 거라는 결심,

그리고 생의 마지막 날을 라스베거스에서 맞이할 거라는 다짐은 이제 더 이상 취소할 수 없는 운명처럼 여겨졌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한 번 건너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스팃스 강를 건너 버린 것이다.

만일 내 주변에 어설프게나마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그런 결심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철저히 혼자였고, 나의 밑바닥 현실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만큼 주어진 나만의 삶을 충동적으로 살아 버릴 자유도 있었다.

1년 뒤에 죽기로 결심한 여자에게 그런 자유조차 없다면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이제 나에겐 '계획'이란 게 생겼고,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생긴 것이다.

계획, 목표....그런 게 이토록 대단한 것이었나?

시야를 변화시키고 사람의 걸음걸이마저 확 바꿔 버릴 만큼 힘있는 것이었나?


목표가 생기자 계획이 만들어지고, 계획을 현실화시키려다 보니 전에 없던 용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인생의 구석구석에서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무모하더라도 일단 작정을 하고 나면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내가 '움직였다'는 것이다.

원래의 나라면 좁은 방바닥에 드러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머릿속에서만 수십 채의 집을 짓고 허물며 게으른 몽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나였다.

생각은 생각일 뿐이고 몽상은 그저 몽상일 뿐이었는데, 그런 내가 최초로 몸을 움직였다.

발가락부터 조금씩 움직여 본 것이다.

그러자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다시 불을켜고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앞으로 1년 뒤, 인생의 정점까지 가는 동안 나의 신조처럼 지키고 싶은 한마디를 적었다.

"기적을 바란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 보자."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는 것...

그래서 나는 손님들과의 대화에서 '연결'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음이 접속에 성공하면 마담이 했던 말처럼 메아리가 울리지 않을까? 그때부터 나는 '경청'에 전념하기로 했다.

입을 열기보다는 귀를 잔뜩 기울이고 전체적인 맥락만 파악하면 적어도 '분위기 깨는 신세'는 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더 나아가 마담이 가르쳐 준 대로 대화의 포인트에서는 약간 과장되게 손님을 치켜세우는 것이다.

그러던 중에 요령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대화의 포인트란 한 문장이 끝나는 지점, 즉 마침표를 찍는 곳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볍게 맞장구를 친다.


"가진 게 없다고 할 수 있는 것까지 없는 건 아니지."


"처음엔 기가 막히고, 다음엔 안쓰럽고, 또 그다음엔 너무 열심이라 그냥 친구가 돼주기로 했지 뭐."


"가족이란 건 말야.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질긴 끈 같은 걸로 단단히 연결돼 있어야 해.

안그러면 엉망이  돼 버리거든.

가족이든 친구든 자기 주변 사람들을 소홀히 여기면 결국 인생이란 게 비극으로 치닫게 돼."


사람들은 긴 학창시절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수없이 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올리고 많은 공부를 한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 직장을 구하고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도 대부분 인생의 수단을 갖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그 다음'은 가르쳐 주지 않고, 또 그럴 수도 없다.

그것은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이란 건 어쩌면 투명한 막에 가려진 일상인지도 모른다.

그 투명한 막을 뚫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미치도록 무섭지만,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또 하나의 평범한 세계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스스로 정해 버린 시한부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 이었다.

나는 새삼 '데드라인'의 가공할 만한 위력에 놀랐다.


"뭐든 그렇겠지만 일류니 고급이니 하는 말은 늘 조심해야 해. 본질을 꿰뚫기가 어려워지거든.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잣대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

세상은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여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기만의 눈과 잣대만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기 인생'을 살 수 있을거야. 그게 살아가는 즐거움 아닐까?


'적의 행군을 막으려면 술과 고기를 베풀어라.'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그래서 오늘 이 만찬을 계기로 다시 나의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어."


"브레이크를 안 쓰면 차가 커브 길에서 전복되거나 엔진 과열로 폭발할 수 있어.

명심해. 너를 결승전까지 데려다 주는 건 네 몸뿐이야.

몸을 홀대하면 결국 몸이 너를 거부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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