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하진월이 물었다.

"네놈, 천하를 꿈꾸느냐?"

"천하?"

진무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명제였기 때문이다.

진무원은 한참 동안이나 침묵을 지켰고, 하진월은 그런 진무원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마침내 진무원이 입을 열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제 목소리를 배반하지 않겠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네 목소리?"

"제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가슴의 울림대로 살아갈 겁니다."

"몽상가로구나."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가슴의 울림대로 살아간다?"

진무원의 말은 하진월의 가슴에도 묘한 울림을 전해주고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배신하지 않는단 말이지?" 내 목소리는? 나의 바람은 무엇이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진무원의 대답은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졌다. 하진월은 답을 구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진무원은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수습할 수 없는 일은 없다.

해결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없을 뿐이지."

 

혼수모어(混水摸魚)

물을 혼탁하게 해서 고기를 잡는다.

 

어둠 속에서 진무원이 검을 펼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했다.

옆에서 명류산이 넋두리를 늘어 놓았다.

"도대체 그는 왜 그렇게...."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만일 그가 진무원과 같은 무위를 가지고 있다면 매일 주지육림에 파묻혀 살았을 것이다.

그 순간 하진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것은 하루하루를 절박한 마음으로 살아온 자의 단단함이다.

그 십수 년의 세월이 녀석의 방벽이 되고 신념이 된 것이다. 운이 좋다고? 선택받았다고?"

"....."

"개소리 말거라. 치열하게 살아오지 않은 자가 폄하할 만큼 녀석이 걸어온 길은 가볍지 않다.

저 녀석의 모든 것은 사선을 넘나들며 쌓은 탑이다.

북검이라 불리는 자의 단단함은 그렇게 고난의 길을 걸어 다지고 짓이겨져 만들어진 것이다.

너는 어떠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느냐? 과연 네가슴에 절박함이 존재하기는 하더냐?"

"......"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명류산의 가슴에 파문이 일어나고 있었다.

 

격세천변(愅世千變), 아건심족(我健心足)

세상이 천 번을 변하더라도 나는 굳건한 마음 하나면 족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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