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려운 시다.
한번 읽고,
해설을 읽고,
그리고 나서 또 한번을 읽어가는 동안에야 약간의 느낌이 오는 그런 시였다.
그런 시를 옮겨 적어 본다.
소리의 거처 -조용미-
비 오는 숲의 모든 소리는 물소리다
숲의 벚나무 가지들이 검게 변한다
숲 속의 모든 빛은 벚나무 껍질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흑탄처럼 검어진 우람한 벚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숲에서 사라진 모든 소리의 중심에는 그 검은빛이 은밀히 관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마른 연못에 물이 들어차고 연못에 벚나무와 느티나무의 검은 가지와
잎과 흐린 하늘 몇 쪽과 빗방울들이 만드는 둥근 징소리의 무늬들 가득하다
계류의 물소리는 숲을 내려가는 돌다리 위에서 어느 순간
가장 밝아지다가 뚝 떨어지며 이내 캄캄해진다
현통사 齋月堂의 月자가 옆으로, 누워 있다 계곡 물소리에 쓸린 것인지 물 흐르는 방향으로 올려 붙은 달,
물에 비친 달도 현통사 옆에선 떠내려갈 듯하다
비 오는 날의 숲의 모든 소리는 물소리 뒤에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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