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서 - 이양연-
한평생 시름 속에 살아오느라
밝은 달은 봐도 봐도 부족했었지
이제부턴 만년토록 마주 볼테니
무덤가는 이 길도 나쁘진 않군
재주도 없고
덕도 없는
보통 사람에 불과하고
살아선 벼슬이 없고
죽어서는 명예가 없는
보통 넋에 불과하다
시름도 즐거움도 사라지고
헐뜯음도 칭송도 그친 지금
그저 흙덩이에 불과하구나 -눌재-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일이 없지 않아 내 한 몸에 모여든 일이 언제고 그치지 않는다.
따라서 날이 다르고 달이 다르다.
무릇 사람의 일이란 가까우면 자세히 기억하고, 조금 멀어지면 헷갈리며, 아주 멀어지면 잊어버린다. -유만주-
여기 몇 칸 집을 짓고 땅 몇 마지기를 일궈 평화롭게 살아갈 계획을 꾸민다면,
샘물이 달고 땅이 기름지고 채소 또한 넉넉하여 일생을 편히 보낼 수 있겠구나.
다만 한스러운 것은 사람이 여유가 없다는 게지.
"뜬구름 같은 인생에서 우연히 반나절 한가함을 얻는다."
토란국과 보리밥을 배불리 넉넉하게 먹고, 부들자리와 따듯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
땅에서 솟는 맑은 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날에는 꽃을 가을에는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들의 지저귐과 솔바람소리를 넉넉하게 듣고,
눈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에서는 넉넉하게 향기를 맡는다네.
한 가지 더, 이 일곱가지를 넉넉하게 즐기기에 팔여라고 했네.
내 밭이 넓진 않아도
배 하나 채우기에 넉넉하고
내 집이 좁고 누추해도
몸 하나는 언제나 편안하네
밝은 창에 아침 햇살 오르면
베개에 기대어 옛 책을 일고
술이 있어 스스로 따라 마시니
영고성쇠는 나와는 무관하네
무료할 거라곤 생각지 말게
진정한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나니. -사재-
겨울은 한 해의 여가요, 밤은 낮의 여가요, 비비람치는 때는 시간의 여가다.
글을 송독하고 사유해야 한다.
글을 송독하면 나의 지식을 풍부히 쌓게 만들고, 그 의미를 사유하면 내가 습득한 지식을 견고하게 만든다.
송독하되 사유하지 않으면 잃어버리게 되고, 사유하되 송독하지 않으면 지식이 고갈된다. -항해-
"제게는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둔하고, 둘째는 꽉 막혔고, 셋째는 미욱합니다."
"공부하는 자들이 갖고 있는 세 가지 병통을 너는 하나도 갖고 있지 않구나!
첫째는 기억력이 뛰어난 병통으로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을 낳고,
둘째는 글짓는 재주가 좋은 병통으로 허황한 데 흐르는 폐단을 낳으며,
셋째는 이해력이 빠른 병통으로 거친 데 흐르는 폐단을 낳는다.
둔하지만 공부에 파고드는 사람은 식견이 넓어지고, 막혔지만 잘 뚫는 사람은 흐름이 거세지며, 미욱하지만 잘 닦는 사람은 빛이 난다.
파고드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뜷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닦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그렇다면 근면함은 어떻게 지속되느냐. 마음가짐을 확고히 갖는 데 있다. -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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