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인 어린이들이 구조적 부조리에서 제일 먼저 당하게 되는 사회적 사건을 기아라고 할 수 있다.
지글러의 표현대로 "어린이 무덤"은 약한 사람들에게 가해진 구조적 폭력을 상징한다.
숙명적인 기아가 지구의 과잉인구를 조절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지.
그러니까 기아가 산아제한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거야.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는 자연도태설. 이 개념에는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담겨 있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조나 지원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어.
맬서스는 질병과 배고픔은 가슴아픈 일이기는 해도 이 사회에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단다.
지구상의 인구를 줄여주는 자연적인 수단이라는 얘기였지.
'구조적 기아'는 간단히 말해서 외부적인 재해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구조로 인해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란다.
카림, 너 혹시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을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선진국에서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거나 해서 영양 과잉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거꾸로 다른 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굶어 죽고 있어.
가격은 단 한 가지 원칙에 복종해. 바로 이윤극대화라는 원칙이지.
시카코 거래소를 주름잡는 사람들은 차드, 에티오피아, 아이티 같은 가난한 나라의 정부가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따위는 눈꼽만큼도
고려하지 않아.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매주 수백만 달러를더 벌어들이는 것이지.
배고픈 자들의 고통? 맙소사. 그들을 위해서는 유엔이 있고 국제적십자가 있잖아 하는 식이란다.
부유한 나라들은 식량을 대량으로 폐기처분하거나, 법률이나 그 밖의 조치를 통해 농산물의 생산을 크게 제한하고 있단다.
생산자들에게 최저 가격을 보장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지.
우리 주변의 예를 들어보자!. 게이노시 일가는 유능한 목축업자들이야. 그들이 사육하는 뿔이 매끈하고 등이 곧은 그뤼에르 종 얼룩소는 제네바 일대에서 단연 으뜸이지. 하지만 게이노씨는 이를 악물고 착유량을 제한해야 해.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야.
국가는 그에게 일정한 할당량을 정해주고는 그것을 초과해서 우유를 짜게 되면 벌금을 물게 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목축업자들이 다 마찬가지란다.
사람들이 기아의 실태를 아는 것을 대단히 부끄럽게 여긴다는 거야.
그래서 그 지식위에 침묵의 외투를 걸친다는 거지.
오늘날 학교와 정부와 대다수 시민들도 이런 수치심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식민지 권력자들은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유럽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즉 유럽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는작물을 경작하도록 했어.
그리하여 식민지 차드에서는 종주국 프랑스의 직물공장에서 쓸 면화를 재배해야 했지.
그리고 가나의 삼림지대인 아산티에서는 영국의 초콜릿 공장을 위해 카카오 농사를 지어야 했고, 탄자니아는 사이잘삼을, 부룬디와 르완다에서는 차 농사를 지어야 했어........ 유엔 총회나 그 밖의 국제기구에서 프랑스가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사정이 배경에 깔려 있어.
글쎄 말이야. 비옥한 땅을 자국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작물에만 돌리고 있으니......
더구나 수출 가격을 결정하는 세계시장에 대해서 세네갈은 자신은 아무런 영향력도 갖고 있지 않아.
그래서 전통적으로 매우 근면한 농민들과 비옥한 땅을 가진 나라에서 식량부족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거야.
토지 개량도, 사막화 대책도, 빈민가의 인프라 정비도, 농업지원도,
우물파기 프로젝트도 결국은 헛수고로 끝나버릴 응급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기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자급자족 경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룩하는 것 외에는 진정한 출구가 없다고 아빠는 생각해.
인간의 얼굴을 버린 채 사회윤리를 벗어난 시장원리주의경제(신자유주의),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이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어. 그래서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나라를 바로 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거야.
금융자본은 결코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다.
증시는 완전히 비이성적으로 돌아간다.
증시를 돌아가게 하는 엔진은 이윤 극대화, 손실에 대한 공포, 파산 리스크에 따르는 신경전,
그리고 정신 착란과 황홀경을 되풀이하는 무제한의 이윤추구 등이다.
1919년에 막스베버는 "부란 일하는 사람들이 산출한 가치가 이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오늘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늘날 부, 즉 경제력은 다혈적인 투기꾼들이 벌이는 카지노 게임의 산물이다.
이 이데올로기가 바로 신자유주의(시장원리주의)라는 것이다. 이 이데올로기는 특히 위험하다.
중심에 자유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규범도 가라, 규제도 가라, 국민국가도 가라, 장애만 될 뿐이다.
선거도 가라, 일치도 가라, 정권교체도 가라.
자유! 자본을 위한 자유, 서비스를 위한 자유, 특허를 위한 자유만 남아라.
그것은 관료제나 모든 종류의 제한에 반대하는 것이다. 오직 '완전하게 리버럴한 시장'을 추구하는 시장원리주의(신자유주의)일 따름이다.
신자유주의는 국가를 헐뜯고, 민족주체성을 헐뜯고, 선거를 통해 확정된 제도,
그리고 영토적인 경계짓기와 인간이 만든 민주주의적 규범을 헐뜯으면서 계몽주의의 유산을 파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기아에 의한 생명 파괴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1.우선적인 과제는 구호조처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2.혁명적인 행동은 인도적인 구호를 뛰어 넘는다.
3.세계 나라들의 인프라를 정비하기 위해서 시급한 자원이 필요하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들은 모든 꽃을 꺽어버릴수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글들 > 책에 있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It's not luck(The Goal 2 : 더 골 2, 엘리 골드렛 지음)) (0) | 2011.03.06 |
---|---|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마이클 C. 톰 셋 지음) (0) | 2011.03.05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토드 부크홀츠) (0) | 2011.02.13 |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헬렌 니어링 지음) (0) | 2011.02.10 |
리영희 평전(김삼웅 지음) (0) | 2011.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