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건 하나는 건질게 있다.

이책에서 건져낸 좋은 글이다.

어린 시절은 기억의 보고다.

특정 시점, 혹은 특정 찰나의 기억이 사진 한장처럼 기억에 뚜렷하게 박힌다.

그 사진같은 장면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바래지않고 다시 그 기억이 기억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모든 것들이 세월속에 퇴색해가지는 않는다.



고향에서 보낸 어린 시절, 그는 감나무 위에 올라가기를 즐겨하였다.

겨울 한 철을 빼고는 늘 감나무 위에서 낮시간의 태반을 보내곤 했었다.

걸터앉기에 안성마춤인 자리가 있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할아버지가 판잣쪽을 덧대어주기까지 하였으므로

그는 거기다 조그만 소꼽방을 꾸며두고 해종일 살다시피 하였다.

'광주리'라는 좀 우스운 이름으로 불리던 이웃집 동갑내기 계집애가 짝궁이 되어주는 날은 더욱 그랬다.

배가 고파도 또 오줌이 마려워도 내려오지 않았다.

배가 고파지면 먹을 것을 올려보내라고 할머니에게 떼를 썼고, 오줌이 마려워지면 거기서 고추를 내놓고 쌌다.

그러나 해가 지면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특히 놀이 짙을 때면 그는 서둘러 내려오게 마련이었다.

그런 날은 어둠도 더 짙기 마련이던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두려운 시간이었다.

낯익은 세계가 깡그리 어둠 속으로 함몰해가는 느낌 때문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