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법정스님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너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고
몇몇 날이 지났는데
너는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는가?
마르틴 루버가 인간의 길에서 한 말이다.
이 글을 눈으로만 스치고 지나치고 말고
나직한 자신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자신을 향해 소리내어 읽어보라.
자기 자신에게 되묻는 이 물음을 통해
우리 각자 지나온 세월의 무게와 빛깔을
얼마쯤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이런 물음으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지나 왔는지,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이웃을 만나
우리 마음을 얼마만큼 주고 받았는지....
자식들에게 기울인 정성이
참으로 자식을 위한 것이였는지,
혹은 내 자신을 위한 것이였는지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살피는 일에 소홀하면
기계적인 무표정한 인간으로 굳어지기 쉽고,
동물적인 속성만 쌓여 가면서
삶의 전체적인 리듬을 잃어 버린다.
우리가 같은 생물이면서도
사람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되돌아보면서 반성할 수 있는
그런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나직한 목소리로 물어보라.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이와 같은 물음으로 인해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진정한 자신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삶의 가치와 무게를
어디에 두고 살어야 할 것인가도
함께 헤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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