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블로그에서 독서평을 읽고 단숨에 사서 본 책이다.
고택 송석헌의 사진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노인 권헌조옹이 등장한다.
마지막 유학자 권헌조옹.
가장 인상적인 것은 권헌조옹이 날마다 문안을 드리던 묘소의 동선이다.
날마다 돌 때에는 주변 녹색과 대조적으로 색을 잃은 부분이 동선을 말해주고,
권헌조 옹이 작고한 후에는 주변 녹색보다 더욱 강한 녹색이 동선을 보여주는 사진.
세상의 모든 일이 타자에게는 관심거리가 아니다.
특히나 무명소절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관심거리가 되지도 않으며, 그저 평범하게 살다가 대지에 흩어져 사라진다.
사는게 그렇다.
독서평을 보며 예상을 했지만, 그 흔적을 보유하고픈 심정으로 이 책을 사고 읽었다.
"잊혀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모아두려는 마음"
이것이 늙어가는 현상 중의 하나일까?
몇가지 인상적인 글을 옮겨본다
갓을 쓴 노인이 마당을 가로지른다.
느껴지는 속도는 느린데 실제 이동은 빠르다.
그것은 느리지만 반복된 행동이 보여주는 '익숙함'이란 속도일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실천하기 위해 듣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듣기 위한 것이니 부질없는 소립니다."
생각과 일상이 일치한 삶이었다.
낡은 사고라고 한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낡음과 새로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
"세상에 그렇게 착한 사람 없니더."
성인과 학자와 허명 가진 사람들의 소리보다 마을 엄니들의 소리에서
더 큰 각성을 얻는 것은 그것이 날 것의, 살아 있는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진보란 착함이다.
500년 전의 퇴계는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넘나든 영남학파의 영수였다.
그로부터 500년 후의 권헌조는 영남학파의 학맥을 잇는
마지막 정신이었지만 그를 영수로 받드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이기이원론이 무엇인지 네이버에서 검색한다.
그는 그런 시절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제대로 된 마이웨이 인생을 살았다.
곤궁함은 필연적이었다. 그에게 곤궁함이 극복의 대상이 아닌,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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