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풍농월 (吟風弄月) :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대상으로 시를 짓고 흥취를 자아내어 즐겁게 놂.
힘든 시절은 부드럽게 넘기고 달이 뜨는 밤에 여유롭게 기분을 누린다면 세상에 부러울게 뭐 있으랴.
그렇게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인생을 누리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제일 적당한 글귀가 나는 음풍농월이라고 생각한다
소요음영(逍遙吟詠) :천천히 거닐며 시가를 나직이 읊조림 = 미음완보(微吟緩步)
* 시비에 거러 보고, 정자에 안자 보니, 소요음영하야 산일이 적적한대(정극인, 상춘곡)
시가를 읊는 것은 같으나, 소요음영은 자작시이던 남의 시이던 시가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지 않고,
음풍농월은 바람과 달 등 자연을 대하며 읊는 자작의 시가로 한정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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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를 이석호(李錫浩)와 이원규(李元揆) 공저인 '중국명시감상(中國名詩鑑賞 :위즈온 刊)'에서 당시(唐詩)편 497쪽에서 인용했습니다. 이석호 교수는 서울대 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여러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금은 연세대 명예교수로 계신 석학입니다. 이원규 교수는 연세대학교 중어중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남대학교 조교수로 재직하였던 분이십니다. 1050쪽이 넘는 이 책을 준비하신 두 분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는 이 책의 428~435쪽에서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 4수 모두를 인용하여 올리는 것입니다.
이백(李白)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은 그의 음주시(飮酒詩) 중에서도 대표작이라고 봅니다. 음주의 풍류(風流)와 술의 효용을 잘 표현하여 자주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시랍니다. 이 중에서도 전체적으로 제1수가 제일 유명합니다. 명구(名句)로는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 '窮通與修短 造化夙所稟', '蟹蠣卽金液 糟丘是蓬萊' 등이 있어서 명언(名言)으로도 많이 인용이 됩니다.
대체로 음주는 모든 근심을 잊고 즐거움을 누리자는 뜻에서 이루어 집니다. 이백도 현실에서 근심을 잊고 즐거움을 찾는 방법으로 술을 마셨답니다. 비록 신선의 세계에서 금단(金丹)을 복용하고 장생불사(長生不死)하고 싶은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이상이었지요.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이라도 주중선(酒中仙)이 되고자 노력한 시인이랍니다. 따라서 이백은 술과 달을 소재로 쓴 시가 많습니다.
이백의 월하독작
제1수
꽃 사이의 한 병 술을
혼자 마시는데 친구라곤 없네
잔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 이루어 세 사람이 되었네
달은 본디 술 마실 줄을 모르고
그림자는 다만 내 몸을 따라다닐 뿐이네.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를 데리고
봄철에 마음껏 놀아 보세.
내가 노래하니 달이 어정이고
내가 춤추니 그림자는 멋대로이네.
취하지 않을 때는 함께 서로 즐기다가
취한 뒤에는 각기 서로 흩어지네.
영원히 무정의 교유를 맺어
아득한 은하수를 두고 서로 기약하네.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제2수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주성은 하늘에 없을 것이고,
땅이 만일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땅에는 응당 주천이 없을 것이네
천지가 이미 술을 사랑했으니
술을 사랑함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네.
이미 청주를 성인에 비유함을 들었고,
다시 탁주를 현인에 견줌을 말하네.
현인 성인이 이미 술을 마셨으니
어찌 반드시 신선을 구할 것인가?
석 잔 술에 대도와 통하고
한 말 술에 자연과 합치네.
다만 술 가운데 멋만 얻을 뿐이니
술 모르는 이에게는 전하지 말게나.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賢聖旣已飮 何必求神仙
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
但得酒中趣 勿爲醒者傳
제3수
3월의 함양성에
온갖 꽃이 대낮에 비단과 같네.
누가 능히 봄에 홀로 근심하는가?
이런 풍경 대하면 곧장 술을 마시네.
빈궁과 영달, 장수와 단명은
조화에 의하여 일찍이 마련된 것.
한 잔 술에 죽음과 삶이 같아지니
모든 일이 진실로 헤아리기 어렵네.
취한 뒤에는 천지도 잃어버려
멍하니 외로운 베개를 베는구나.
내 몸이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니
이런 즐거움이 최고의 기쁨이로다.
三月咸陽城 千花晝如錦
誰能春獨愁 對此徑須飮
窮通與修短 造化夙所稟
一樽齊死生 萬事固難審
醉後失天地 兀然就孤枕
不知有吾身 此樂最爲甚
제4수
궁핍한 근심 천만 갈래이니
맛있는 술 3백 잔을 들 것이라.
근심은 많고 술이 비록 적지만
술을 기울이니 근심이 오지 않네.
술을 성인에 비유함을 아는 바이라
술이 거나해지자 마음이 스스로 한가하네.
곡식을 사절하고 수양산에 누웠고,
자주 텅텅 비어 안회는 굶으면서
당대에 술 마시기를 즐기지 않았으니
그 헛된 이름을 무엇에 쓸 것인가?
게와 가재가 곧 금액이요,
술지게미 언덕이 바로 봉래산이네.
바야흐로 반드시 아름다운 술을 마시고
달빛을 타고 높은 누대에서 취할지어다.
窮愁千萬端 美酒三百杯
愁多酒雖少 酒傾愁不來
所以知酒聖 酒酊心自開
辭粟臥首陽 屢空飢顔回
當代不樂飮 虛名安用哉
蟹蠣卽金液 糟丘是蓬萊
且須飮美酒 乘月醉高臺
제4수에서 보면 "辭粟臥首陽 屢空飢顔回" 사속와수양(辭粟臥首陽)은 은(殷)나라 충신 백이숙제(伯夷叔齊) 형제가 은나라를 멸망시킨 주나라의 곡식을 거절하고 수양산에 숨어 살면서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 죽은 고사(故史)를 인용한 표현입니다. 그리고 누공기안회(屢空飢顔回)는 공자의 수제자 안회(顔回)는 가난하여 자주 양식이 떨어져 굶기를 자주 했다는 이야기랍니다. 그런데 현자(賢者)의 대표로 꼽는답니다. 그냥 오늘은 이런 정도로 백이숙제의 이야기와 공자의 수제자 안회가 굶는 이야기가 이렇게 이백의 월하독작 시에 나온 것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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