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삭막한 세상에는 시 한수가 위로가 된다.

아득바득 전쟁처럼 살아가는 인생들이 천지에 깔려 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들 있는걸까?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적막한 바닷가 -송수권-

 

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 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 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 바삐 서녘 하늘을 채워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강 -구광본-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오랜 날이 지나서야 알았네

갈대가 눕고 다시 일어서는 세월,

가을빛에 떠밀려 헤매기만 했네

 

한철 깃든 새들이 떠나고 나면

지는 해에도 쓸쓸해지기만 하고

얕은 물에도 휩싸이고 말아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