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린 시절
기나긴 겨울 밤에 시골에서는 가마니 짜기, 새끼 꼬기가 일상적인 어르신들의 일이였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그 옆에 앉아서 아버지께서 들려주시는 옛날 얘기에 귀를 쫑긋하면서 시간을 보내 곤 했습니다.
거기에 필수적으로 함께하는 것은 화로에 고구마를 구워먹는 일이였는데
들춰내서 입에 검은 숯을 뭍혀가면서 먹던 그 맛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잊을 수 없는 맛으로 기억됩니다.
그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잘 어울리는 "눈 오는 밤에"는 이런 옛 추억을 떠오르게하는 멋진 시입니다.
눈 오는 밤에
- 김용호 -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
오늘 밤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
눈을 밟으며 간다.
오우버 자락에
구수한 할머니의 옛 얘기를 싸고,
어린 시절의 그 눈을 밟으며 간다.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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