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

 

가을날에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끼어 자욱한 밤에

말 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아래

굽이 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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