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시계
그 이탈리아 여성은 시간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본능적인 리듬에 따라 잠을 자고 생활했다.
정상 생활에서 그녀의 하루 주기는 낮과 밤의 주기에 따르는 24시간이었다. 시간과 무관해지자 하루의 주기는 곧 25시간으로 늘어났다.
몇 주일이 지난 뒤 그 주기는 더욱 길어져서 36시간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일상적인 리듬만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화했다.
130일이 지났을 때 그녀는 80일 밖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수백 명의 사람들이 비슷한 조건에서 실험적으로 생활했다.
여러가지 식물과 동물은 물론 박테리아까지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대부분의 유기체는 내적인 리듬을 지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인간 사유의 필연적인 발전 과정을 알고자 할 때 달력의 발달을 살펴보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없다.
그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거의 모든 걸음마다 풍부한 사례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 사례들은 모두 인간의 지혜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우리는 그것들을 알면 알수록 더 풍요롭고 현명해질 수 있다.
1637년에 영국의 항해가인 리처드 노우드는 14.3미터 간격으로 매듭을 지은 줄을 사용해서 모래시계로 28초가 지날때까지 풀려나간 매듭의 수가 몇 개인지 계산했다.
이것이 시간당 해리 수를 가리키는 노트(knot)라는 배의 속도 단위를 사용하게 된 기원이다.
당시 노우트의 첫 매듭은 28초만에 수면 위로 솟아올랐으므로 이 속도가 1노트- 1시간에 1해리(약 1.85킬로미터)를 가는 속도-라고 규정되었다.
과학적 시간
과학은 늘 정밀성을 추구해왔다. 지구의 자전은 한 세기당 0.0015초가량 늦어지는 변동이 있기 때문에 1955년에는 지구 자전을 과학적 표준으로 대체하였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표준으로 탄생한 역표시는 1년의 길이를 기준으로 했다.
그러나 이것은 1967년에 천문 관측과 무관하고 1만 년에 1초밖에 틀리지 않는 세슘이온 원자시계로 바뀌었다.
현재 세계 표준시는 파리의 국제시간국이 24개국에 있는 여덟 개의 원자시계에서 나온 시간 신호를 평균화한 협정시계시다.
하지만 만족을 모르는 과학자들은 21세기 초에 들어서도 우주의 나이에 맞먹는 100억 년에 1초의 오차밖에 나지 않는 '이온 트랩' 시계를 개발하고 있다.
1600년까지 지구가 기원전 4000년에 창조되었다고 믿었던 이유는 단지 그 견해에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 시간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돌파구들은 17세기 후반에 <지구 이론>이 논박되고, 18세기 말에 지질학적 관점이 전 유렵에 퍼지고,
1890년대에 방사능이 발견되어 암석의 연대 측정에 응용되고, 1920년대에 허블의 법칙이 발견되어 우주에 시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였다.
지구의 나이를 45억년으로 잡게 된 것은 1946년에야 가능했다.
1960년대부터는 우주의 나이도 100~200억년으로 다양하게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지구와 우주의 나이에 관해서, 또한 우주와 시간에 시작이 있었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광범위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이제 우리는 우주가 시간 속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시간과 더불어 창조되었다고 주장한 아우구스티누스에게로 되돌아갔다.
이것은 스티븐 호킹 같은 우주론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주제다.
그러나 먼 과거에 관한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서구 세계의 상당수 사람들은 여전히 먼 시간을 부인하고
우주의 나이가 불과 수천 년이라는 견해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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