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은 개인이 인식하는 것에따라 달라진다.

통일된 인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사실이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개인별로 느끼는 것은 다르고 인식되고 머리에 저장되는 이미지도 다르다.

이런 이유로 시간이 지난후, 그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각자가 꺼내 놓는 기억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된다.

여기에는 인식이 끼여들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5가지 감각은 이런 인식에 영향을 주고, 또 모아진 정보를 총제적으로 종합하고 판단하는 머리에 의해서 하나의 생각, 기억으로 정리된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는 인간이 추구하는 새로운 인식에의 탐험을 보여준다.

가상 현실, 증강 현실을 넘어서, 자기를 몸에 장착하여 새로운 창을 열고자 하는 것이다.


감수자의 글이 이책을 간단히 요약한다.

"고양이는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 육식 동물은 단맛을 느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바다 사자의 미각은 거 제한적이다.

음식을 씹지 않고 통째로 삼켜버리는 바다사자에게 맛이라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렇다. 오감은 당연한 게 아니다. 오랜 진화의 산물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감각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명이란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조직--조직계-기관계-개체라는 체계를 이루고, 물질대사를 하고, 자극에 대해 반응하며, 향상성을 유지하고,

발생과 생장 과정을 거치고, 생식과 유전을 하며,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한다는 특징을 갖춘 존재다....

생명의 특징 가운데 '자극에 대한 반응'에 천작한 학문이 바로 인지과학이다...

인지란 무엇일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어떤 사실을 인정해서 안다'는 것이다.


현실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클까?라는 감각 과학계의 의문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방대한지를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현실'에 대한 단 하나의 보편적인 경험은 없고 다 함께 공유하는 세상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도 없다. 오직 '인식'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당신'에게만 '진짜처럼 보이는 것'이 있을 뿐이다.

인식의 대상은 정신이 받은 인상, 감각, 경험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인식의 대상은 현실이 아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거울에 비친 것은 사물이 투영된 모습이지 사물 자체가 아니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투영은 왜곡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두개골에 의해 보호받는 젤리같은 전해질인 뇌가 외부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감각은 외부 세계와 두뇌를 매개하고, 감각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언제나 중개과정을 거친다.

신경계의 감각 영역은 일종의 입력 경로다. 과학자들은 이 경로에 위치한 뉴런을 구심신경이라고 부른다.

구심 신경은 뇌로 정보를 전달한다. 감각 신경계에는 출력 경로인 원심 신경도 있다.

이 신경은 중앙신경계인 척추와 뇌에서 송출하는 지시를 전달한다. 원심 신경은 운동을 담당하여 반응과 동작을 통제한다.

혀, 코, 눈, 귀, 피부같은 감각 조직의 신경은 말초신경계에 속한다.

이곳에서 수용체인 감각신경 말단이 화학물질과 주변 에너지를 감지한다.

수용체는 감지한 화학물질과 에너지를 뇌가 이해할 수 있는 전기 신호로 변환, 즉 해석하는 과정을 시작한다.

신경이 전달한 신호는 척추와 뇌에서 통합된다. 구체적으로는 뇌에서 이 메세한 자극을 맛, 향기, 이미지, 소리 감촉으로 전달한다.

바로 이곳, 두개골이라는 어둑한 극장에서 우리 삶의 이야기가 상영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반드시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뇌는 전기 자극을 읽을 뿐, 그 자극의 근원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가 실제로는 현실을 완벽하게 인식하지 못하는데도 완벽하게 인식한다고 느낀다.


문화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말을 만들지 않는다.


후각 상실은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초기 임상 징후다...

냄새는 원초적인 감각으로, 위험하거나 중요한 화학물질을 알리는 체계다.

뇌의 후각 담당 영역은 다른 영역보다 일찍 발달하기 때문에 기억, 학습, 감정 중추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후각이라는 현재의 감각을 과거의 경험과 연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가 손상되면 우리는 기억을 잃는다.


망막에는 막대모양의 간상체와 원뿔모양의 추상체라는 두 종류의 광수용체가 있다.

간상체는 어두울 때, 추상체는 밝을 때 작동한다. 우리는 추상체를 통해 색을 인식하기도 한다.

색이 인식이라는 것은 꼭 알아두어야 한다. 놀랍게도 세상의 사물이 원래 가지고 있는 색은 없다.

우리가 색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사물 표면에 반사된 빛의 파장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 아니라 이미지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이미지란 뇌가 지극히 편형된 여과  장치와 인간의 눈이 읽을 수 있는 전자기 스펙트럼의 좁은 영역을 활용해서 이용 가능한 정보를 모아 만들어낸 것이다.


부오노마노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시간을 감지하는 기관이 따로 없다.

눈이 광자에. 혀와 코가 화학물질에, 귀가 진동에, 피부가 압력에 반응하는 것과 달리 시간에는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인 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공간을 측정하는 감각기관이 없듯이 시간을 측정하는 감각기관도 없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공간과 시간 모두 차원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라서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아주 매혹적인 의문에 이르게 됩니다. 우선 시간이란 무엇일까요? 부오노마노가 묻는다.

그는 시간이란 우리 주변 세계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를 알려주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종마다 서로 다른 시간 인식이 필요합니다. 각 종은 저마다 필요에 맞춰 진화했고 그 결과 개별적으로 해결책을 갖게 되었습니다."

식물과 단세포 생물은 낮과 잠이 바뀌는 것만 파악하면 된다. 굳이 뇌가 필요없는 일이다.

하지만 (인간을 비롯해) 소리를 내는 동물에게는 정밀하게 조율된 시간 개념이 필요하다. 언어와 섬세한 운동 제어는 시간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뇌는 조화롭거나 일관되거나 완전하지 못한 감각 정보를 조화롭고 일관되고 완전한 것으로 느껴지게 하는 여과 장치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사회과학 연구를 통해 우리가 언어, 경험, 문화적 관습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주의를 형성하여 우리의 내적 상태를 타인에게 의미있게 전달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또 우리는 뇌가 새로운 정보를 열심히 흡수하고 여기 동화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뇌는 우리가 무엇을 입력하든 판독법을 학습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해커인 동시에 해킹을 당하는 존재이며, 개조의 대상인 동시에 개조의 주체이며, 판독하는 존재이자 입력하는 존재이다...

정보의 세계는 거대하고 우리의 현실은 너무도 작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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