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발견한 글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가슴에 꽂히듯 멋져서 바로 인터넷을 검색하였다.
조지훈 시인의 승무라는 시에 나오는 글이다.
학창 시절에 머리 속으로 외우기까지 했던 시인데, 이 글귀가 생소하다니.....
모든 게 그렇다.
마음으로 와 닿아야 대상의 진면목을 알게 된다.
승무(僧舞) -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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