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검혈도(백준 신무협 장편소설)
春江花月夜라... 봄 강가에 꽃 피고 달 밝은 밤이라......
신원은 긴 시가 눈에 들어오자 가만히 쳐다보았다.
"언제 저런 걸...."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시구에 신원은 고개를 저었다.
떠나간 사람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는 내용의 시라는 걸 신원도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족자에 쓰인 필체와 다른 필체의 글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 글은 족자 구석에 눈에 띄지 않게 작게 쓰여 있었다.
"달에 다가갈 수 없기에.... 달빛이 내 머리 위에 앉기를 기다린다....."
가만히 중얼거린 신원은 미소를 보였다.
"녀석.... 난 달이 아니다."
신원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옷은 깨끗한 무복으로 갈아입었다.
허리에는 금천검을 걸치고 마당에 나와 집을 둘러보았다.
어릴 때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삼대가 살아온 집이었고 이제 자신이 물려받아 살아야 할 집이기도 했다.
"한참 뒤에 보자고."
"이별이 아니라 저건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에 대한 노래야.
이별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달빛은 강물을 비추고 강물은 달을 그리워하지.
달은 그저 그림자만 강물에 보일 뿐이야. 서로가 닿을 수 없다는 거지."
"봄의 강 물결은 바다에 이어져 잔잔하고 바다 위 밝은 달은 조수와 함께 떠오른다.
수면의 달빛은 파도따라 천만리이니 어느 곳인들 봄 강에 밝은 달 없으랴....
강물은 굽이굽이 흘러 아름답게 꽃 핀 들 감싸고 달은 꽃 더미를 비추니 온통 싸락눈같구나."
신원의 말에 공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신원의 앞에 앉았다.
"하늘에서 서리 내려도 내리는 줄 모르고 강가의 흰모래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강물과 하늘이 한 빛이 되어 티끌 하나 없고 하늘에는 밝은 달이 외로이 걸려 있다."
그녀의 시구에 고개를 끄덕인 신원은 다시 말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기러기 멀리 날지만 달빛을 넘지 못한다는 구절입니다."
"이유는?"
"아무리 하늘을 나는 짐승이라도 결국 달에 닿지 못한다고 하니 얼마나 멀리 있는지 감이 안 잡혀서요. 달에 가고 싶어지는 시구입니다."
"달은 너무 멀고 높아 인간이 갈 수 없지만 생각은 끝없이 높으니 마음먹기에 따라 갈 수도 있다 했지."
"멋진 말이네요."
신원은 공지의 말에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마셨다.
" 어릴때 조부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지."
추억을 생각하듯 미소를 보이는 공지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