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들/책에 있는 글

6년(할렌 코벤 지음)

음풍농월. 2015. 6. 15. 21:51

한 눈에 반해서 깊이 사랑하게 된 두 사람.

어느 날 여자친구는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통보한다.

결혼식에 참석한 남자친구에게 다시는 찾지 말 것을 요구하는 여자 친구.

6년이 지난 어느날 남자 친구는 부고란에서 여자 친구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고, 잊을 수 없었던 여자 친구를 찾아 마지막 만남의 장소 교회로 향한다.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나탈리라는 여자친구 이름을 말하지만 그들은 그 기억을 부정한다.

본인의 정신에 이상이 생긴걸까?

파헤쳐 가면서 드러나는 프래시 스타트라는 조직.....

마지막은 이렇다. 해피 엔딩.

막지막 절정에서 두 사람은 만나게 되고 신분을 세탁하여 다른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밑줄 그은 글을 옮겨 본다.

 

절망은 우리를 농락할 수 있다.

우리가 절망에게 마음껏 해석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순간, 절망은 대체 가능한 답을 찾아낸다.

 

나탈리와 나는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있었고, 일상의 삶에 수반되는 속세의 모든 것들로부터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바로 이런 사실이 우리의 관계를 그토록 멋지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현실이 배제된 비눗방울 속에서 모든 시간을 보낸 것이 우리의 관계를 더욱 아름답고 강렬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잡동사니가 개인의 감정을 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어왔다.

무미건조할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은 왠지 학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학생들은 너저분하게 흩어진 물건들 덕분에 마음껏 속내를 털어놓는 것 같다.

 

학생들은 부모님의 섹스 장면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수들에게도 현실의 삶이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 한구석으로, 자신만의 유달리 복잡한 정신세계를 갖고 있으며 다른 모든 사람은 단순한 심리를 가졌다고 믿는다.

물론 이건 틀린 생각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꿈과 희망, 소망과 갈망,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정상이 아닌 무언가를 갖고 있다.

 

나는 오토가 죽은 것은단지 개인적인 비극이라고, 그를 살해한 것은 고립된 한 인간의 삶에 종지부를 찍은 것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신만의 껍질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죽음은 파문을 일으키고 메아리를 남긴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게 희망이에요. 죽는 게 차라리 낫죠.

죽으면 고통도 끝나니까요.

하지만 희망은 사람을 끊임없이 높은 곳으로 데려가죠.

오직 딱딱한 바닥에 떨어뜨리기 위해서 말이에요.

희망은 그 손으로 사람의 심장을 부드럽게 감싸 들었다가 주먹을 쥐면서 으스러뜨리죠.

끊임없이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멈출 줄을 모른답니다. 이게 바로 희망이 하는 일이에요.

 

세상은 혼란스러운 곳이랍니다, 제이크.

그런 세상에 살면서도 모든 걸 분명하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에요.

내 남편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그냥 넘겨버리는 일이 없었죠.

그런데 제이크, 당신 역시 같은 길을 따라가고 있군요.